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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영화 '히든 피겨스'&'6888 중앙우편대대

당신은 무슨 색을 차별하고 있나요?

by 조현


지난주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봤다.

2017년 작품인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2024년 작품인 '6888 중앙우편대대 The Six Triple Eight'이 두 편이었다.

처음 '히든 피겨스'를 보고 나니 넷플릭스의 AI는 내게 자연스레 '6888'을 제시해 주었다.


두 작품을 한꺼번에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차별받았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

그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백인 남성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차별에 당당히 맞서는 이야기."


먼저,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의 NASA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정점에 있는 NASA에 일하는 흑인 여성들. 인간 컴퓨터였던 계산원으로 일하는 흑인 여성들이 있었다. 영화는 매력적인 흑인 여성 세 명이 출근길 자동차를 타고 가다 고장 나며 시작한다. 다가오는 백인 남성 경찰. 그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그녀들을 NASA까지 호위해 준다. (여기서 나만, 불편했을까? 영화의 시작은 마치 '호의'를 베푸는 듯한 '차별'로부터 시작한다). 사실, 손에 작은 컴퓨터를 모두 들고 나니는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생소한 직업인 '인간 컴퓨터' '계산원'이었던 흑인여성들.

사실 그들은 백인 남성들보다도 뛰어난 두뇌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에 자리조차 따로였던 차별이 당연하던 시기에 NASA에 취직이라니. 그것도 청소와 같은 일이 아닌 앉아서 하는 일이라니. 영화는 이렇게 '우린 호의를 베풀고 있어'라고 말하는 백인들의 마음을 꼬집는다.

식당도 따로, 화장실도 따로, 같은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물조차 따로였던 coloured들의 서러움이란.

(우리도 coloured라는 불편한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머나먼 건물의 화장실까지 뛰어다니면서, 공공 도서관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쫓겨나면서, 꼭 이수해야 하는 과목의 수업을 듣는 것조차 소송을 해가면서까지 그녀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죽지도 않는다. 마침내 그들은 각자 NASA에서 그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들을 해나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우리는 모두 같은 색으로 오줌을 싼다"였다.

실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상관없던 상사 '알 해리슨'이 'coloured ladies room'이라는 명패를 부수며 하는 말이다. 차별받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아니 인지할 필요조차 없던 백인 남성이 차별을 알게 된다.

화장실의 차별을 깨 부수면서, 당연한 차별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영화는 모두 자기 자리에서 능력을 입증해 나가고 실존 인물이었던 만큼 그들의 먼 훗날 모습을 보여주며 끝맺는다.



비슷한 듯 다른 영화

'6888 중앙우편대대'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영화이다.

'히든 피겨스'보다 앞선 시대인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유일하게 흑인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대. (왜 원작은 The Six Triple Eight인데, 번역된 제목에는 '중앙 우편 대대'라는 이름이 붙어있지? 한국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우편을 분류하겠구나', 하고 알고 시작한다.)

영화는 전쟁의 참혹한 참상으로 시작한다. 겁을 먹은 듯한 어린 병사가 불에 타는 전투기에서 죽어가는 아군을 발견하고 그의 피 묻은 편지를 챙겨가며 시작한다. 그리고 편지들은 붙여지지 못한 채 쌓인 사연들로 가득 차있었다.

영화의 진짜 시작은 그다음이었다. 화면은 밝게 전환되고, 백인 여성이 흑인 여성과 어울리는 백인 남성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말라'며 흑인에 대한 차별을 숨기기 조차 하지 않으며 충고한다. 그리고 흑인들조차 백인과 어울리는 흑인여성을 걱정한다. 이렇게 차별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미래를 약속하고, 전쟁에 참전했다 돌아오지 못한 길을 떠난 백인 남성 '에이브럼'. 그를 잃은 슬픔으로 몸서리치다 흑인 여성으로 여군에 입대한 '리나'를 중심으로 영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앞서 보여주었던 편지. 전장에서 편지 전달은 가장 후순위의 일이었지만, 그것만큼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국민들의 걱정 앞에 중요한 일은 없었다. (처음에는 나도 편지가, 전쟁에서 그렇게 까지 중요한 일일까? 싶었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전쟁에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단 하나의 연결고리였던 '편지'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백악관까지 전장에서의 편지가 오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군은 이를 해결해야 했다. 백인 남성들 특히 그들의 우월감으로 가득 찬 간부들은 눈엣가시였던 흑인여성부대에 이 임무를 부여한다.

'1700만 통이 넘게 쌓인 우편물을 6개월 안에 분류하여 배송하라.'

당연히 하지 못할 것이라 비웃으며. 어렵고 힘들지만, 쓸모없는 일이라 치부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흑인 여성들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호의'를 가장한 '차별'을 보여준다. 흑인이고 여성이지만 '소령'인 '채리티 아담스'를 통해.

군대에 그 누구보다 FM이었고 모범적인 리더였던 '채리티 아담스' 소령은 백인 남성들로부터 무시받아도 당당했고, 군법이, 명령이 우선이었던 사람이었다. 그녀도 부당한 차별에 목소리를 내며 차별을 부수어간다. 말도 안 되는 조건과 역경들을 이겨내 가며, 희생도 감내하며 임무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누가 봐도 잘하고 있는데도, 백인 남성들은 답답하리 만큼 차별하고, 그 노력과 결과까지 무시하며 화낸다. 그 결과가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눈에 보이고 나서도 '인정'까지는 못하고 그들의 노력에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6888 중앙우편대대는 병사들의 뜨거운 경례와 함성, 박수를 받게 된다.

영화 말미 자막을 보면, 귀환행진도 열어주지 않고, 헌신적인 복무에 대해 당시엔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최근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명대사는

"미국이 전쟁 중인 건 알지만, 저희는 흑인으로서 겪는 차별까지 모든 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였다.

아마도 전쟁보다 참담했던 '인종차별'.

전쟁도 힘들지만 거기에 차별까지 이중으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토로하며 토해내듯 외친다.


영화 끝자락에는 실제 영상, 실제 그들의 이름. 그리고 현재 나이 든 그들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두 영화모두 흑인 그리고 여성이었던 자들의

차별과 그 차별에 반해 열정으로 뛰어넘는 그들의 능력을 보여준다.


1960년을 넘어서 2025년 현재. 우린 차별에서 자유로운가.


왜 이 영화들은 아직도 사랑받는가?


인종에 대한 차별은 적어도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은 인종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지도 않고,

눈에 띄게 무시하거나 의식하지 않는다.


타인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걸 교육받아 알고 있다. 적어도 차별을 표현하면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 안다.


그렇다면 시대가 달라진 만큼 다른 차별이 생겨나진 않았나?


2021년 작품이었던 tvN드라마 '해피니스'는 같은 아파트의 저층 '임대'주민과 고층 '일반 분양'주민과의 갈등으로 시작한다. 드라마에서 단적인 예로 저층의 '임대'주민들은 아파트 편의시설인 '헬스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차별들은

두 영화에서 보였던 흑인여성들이 받았던 부당한 차별과 과연, 다른 차별인가?



흑인 여성들이 열정과 노력으로 차별을 부수는

두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열정은 과연 무슨 색일까?

그들의 열정과 다른 색인가?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 차별은,

과연 사라지지 않았을까?


차별이 법으로 금지된

2025년의 대한민국에

이제 차별은 없는가?


오늘날,


당신은.

무슨 색을 차별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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