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천국에 묻고 싶은 레시피가 있나요?
5월 끝자락. 마트에 갔더니 '머위대'가 있었다.
'머위대 국'을 끓여볼까? 덥석 집어 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 만에 처음 본 '머위대'
엄마와 나는 인터넷에 레시피를 찾아 이것저것 넣어가며 끓였다.
그럭저럭 머위대국은 완성되었다.
한 입 맛본 아빠의 첫마디.
"이게 아닌데...?"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께 묻고 싶었다.
"할머니! 머위대국에 뭐 넣는 거야?"
천국에 계신 할머니께
"할머니 그거 어떻게 만들더라?" 묻고 싶은 어느 날.
영화 '논나'를 보았다.
2025년 넷플릭스 작품. 논나 (NONNAS)
네이버 영화 정보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논나 Nonnas
장르 : 코미디
국가 : 미국
러닝타임 : 112분
출시일 : 2025.05.09.
채널 NETFLIX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남자.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도전은? 진짜 이탈리아 할머니 셰프 ‘논나’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레스토랑을 여는 것!
'논나'는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라는 뜻이다.
영화를 시작할 때 보면 '할머니'로 번역하지 않고 '논나'라고 계속 나온다.
그래서 처음엔 할머니 이름인가 했다. 외국은 가끔 엄마도 이름으로 부르길래.
어학사전을 찾아보니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라고 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식당이 존재한다고 한다.
영화는 소년이 디저트를 사들고, 한창 홈파티가 열리는 집으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계셨던 할머니와 엄마.
소년은 할머니의 음식을 맛보며 행복에 젖어있다.
이윽고 세월이 흐르고,
소년이었던 주인공 '조'의 집에선 이제 홈파티가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이 열린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음식을 주고받으며 위로하고,
잘 챙겨 먹으라는 인사말로 슬픔에 빠진 '조'를 위로한다.
뭐라도 해보라며 위안을 건네는 친구부부의 위로를 듣던 '조'.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며 무기력하게 슬픔을 지내던 '조'는 어느 날 뉴욕의 스테이튼 섬에 갔다가 덜컥 매물로 나온 낡은 식당을 인수하게 된다.
"어린 시절 할머니 음식을 통해 느꼈던 행복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마음하나로 시작한 식당.
계획도 없이, 경험도 없이 시작되어 버린 식당은 절친한 친구의 반대와 함께 한 도움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된다.
'조'의 계획은 단 하나.
'할머니'들을 고용하여 단순히 '음식'이 아닌 '행복'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
'조'는 네 명의 개성 넘치는 할머니들을 고용한다.
어머니의 오래된 친구.
어릴 적부터 알아온 미용실 원장님.
우연히 만난 첫사랑의 이웃.
새 출발을 선택한 과거 수녀님.
이렇게 개성 넘치고 고향도 제각각인 이탈리아 기반의 할머니 네 분이 모이게 된다.
그들의 사정도, 이야기도, 음식들도
할머니들의 개성만큼 다양하다.
식당을 시작하며 '조'는 다시 뛰는 심장을 느끼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어머니의 이름을 딴 식당으로 승화하며 치유해 간다.
하지만, 식당의 운영은 쉽지 않다.
손님이라곤 친구부부와 수녀 이셨던 할머니의 가족뿐.
아무도 식당을 찾지 않아
식당은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어진다.
투잡을 뛰며 여기저기 식당을 살려보려 고군분투하던 주인공 '조'.
그는 식당운영을 포기하며 남은 식재료로 마지막 '파티'를 시작한다.
과연 식당은 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문 닫게 될까?
만약 우리나라라면,
개성 넘치는 할머니들의 손맛을 살린 할머니가 셰프인 식당.
가능할 것도 같다.
( 아니 어쩌면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영화를 보다 보니 '할머니의 손맛'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문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이탈리아이던,
미국이던,
한국이던.
그리운 할머니의 손맛이라는 것은 어디에나 존재하나 보다.
영화를 보니 새삼 깨달았다.
음식에는 '행복'과 '추억'이 함께 한다는 것.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기억'을 공유하고,
떠나간 어떤 사람을 '추억'하고
음식을 먹었던 그때의 '행복'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이다.
주인공 '조'가 할머니의 레시피 비밀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설탕을 더 넣는 건가?
난 왜 아무리 해도 할머니 맛이 안 나지? 똑같이 넣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께 물어도 답은 없고
나는 그때 그 음식을 먹고 싶은데.
여기저기 물어도 답을 찾기 어렵다.
가끔 생각나는 누군가의 '맛'이 있다.
나는 '머위대'를 보자 할머니의 '들깨 머위대 국'이 생각났었다.
아무리 레시피를 찾아보고,
할머니 어깨너머로 본 재료들을 넣었어도
그 맛이 안 났다.
답은 '찹쌀가루'에 있었다.
할머니는 '찹쌀가루'를 넣었었다는 게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런데
내가 만든 '머위대국'에 다시 찹쌀가루를 넣었어도
할머니가 해주는 맛은 아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 여쭤볼 수도 없고...
할머니가 계실 때는 잘 먹지도 않던 '머위대국'이 ,
왜 그때 그 맛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나처럼 누구나
누군가의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영화 '논나'는 그런 보편적인 정서를
편안하고 위트 있게 때로는 감동 있게 그려낸다.
혹시 누군가의 '맛'이 그리운가요?
혹시 누군가와 '추억'이 담긴 음식이 생각나나요?
영화 '논나'는 어떤가요?
뜨뜻하고 삼삼하니 참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