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발달장애인인데 결혼이 고민이에요

결혼을 하려는 이들에게 비혼인 비장애형제가 드리는 부탁

by 조현

<나에게는 발달장애인 동생이 있다.

비장애형제들 중,

혹은 비장애형제와

결혼을 하려는 이들에게

비혼인 비장애형제가 드리는 부탁>




내게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동생이 말했다.

"나 소개팅했는데 그 사람이랑 잘될 것 같아!"

한참이 지난 후 동생이 말했다.

"나 결혼하려고."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나 어느 날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그 사람한테, 자폐가 있는 형제가 있대. 어떡하지?"

나는 단번에 답했다.

"안돼!"

"네가 왜. 그 길을 가....."


우리 비장애형제들, 특히 20-30대 친구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결혼'이다.

오픈채팅방, 카페에도 가장 많이 올라오는 고민거리 중에 하나가 결혼이다.


'결혼'이 하고 싶은데, 상대방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결혼'을 하려는데, 상대방 집안에서 형제 때문에 반대를 하셔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상견례, 결혼식자리에 형제 참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등등


다른 사람들은 참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비장애형제들에게 '결혼'은 너무 험난한 산이다.


나 역시도 사실, 여러 이유로 그산을 오르길 진즉에 포기했다.


그때마다 나는 답했었다.

"우리가 왜요! 당당하세요. 우린 잘못한 게 없잖아요"

"반대라니요! 왜! 참 웃긴다. 형제가 뭐! 어떻다고!"

"형제도 뭐 여건만 된다면 결혼식, 상견례에 참석해도 좋죠. 뭐 어때요!"


그런데 막상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고 나니 참 이기적 이게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반대!"를 외치게 되더라.


처음의 반대는 진심 어린 반대라기보다는 우려와 걱정이었다.

이미 나는 잘 알고 있는 길.

장애, 특히 자폐성장애나 지적장애와 같은 발달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기엔 쉽지 않다는 것.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길을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내 동생이 헤쳐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이었다.

나는 이내 "하지만, 그 사람이. 사람만 참 괜찮다면..., 음, 네가 할 수 있겠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이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옆에서 걱정과 고민만 함께 나누고 싶었다. 걱정은 되지만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진심으로 반대했다.

바로, 긴 시간 동안 '장애형제'를 결혼하려 하는 상대방에게 거짓말로 숨겼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내 동생은 비장애형제인 나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왔기에

'이해'해주고 '공감'해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분은

오랜 시간 동안 '형제'에 관한 질문에 거짓말로 답했다고 한다.




나는 비혼이기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

장애형제가 있는 비장애형제들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발달장애인 형제를 둔 비장애 형제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결혼'까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두 가지는 꼭 지켜야만 한다고.


첫째, 형제에 대해 거짓말하지 말 것.

우리 비장애형제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에 하나가

"언제쯤, 저의 이성친구에게 장애형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까요?"이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또한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나는 주로 '처음부터'라고 말한다.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난다면, 처음 만날 때부터 장애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한다. 소개팅을 한다면 나는 주선자에게 '장애형제'가 있음을 상대에게 미리 말하고 소개하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 사람과 내가 미래를 함께 하게 될지, 아니면 스쳐 지나갈 인연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음부터 '저에게는 장애형제가 있답니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나의 사회생활도 있고, 사회적 편견도 있고, 동정 어린 시선도 싫기에 처음부터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상대가 있다면, 그 상대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한국사회에서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형제가 어떻게 되세요?"이다.

우리와 같은 비장애형제들에게는 이런 간단한 질문도 답하기 참 쉽지 않다.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상대가

"형제가 어떻게 되나요? 형제는 무엇을 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했다면

적어도 거짓으로 답해서는 안된다.

아직 장애형제에 대해 말하지 못하였다면, 혹은 아직 말을 못 하겠다면

"음... 형제에 대해 다음에 말해줄게요."라 답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이 '형제에 대해 고민이 있구나'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게.

그리고 형제에 대해 물어본 지금이 형제의 '장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일 수 있다.


지금 상황을 모면하고자 거짓말로 만들어 답하지는 말자.

여기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다른 어려움이 닥쳐도 상대방에게 거짓말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두 번째, 장애형제 돌봄에 대해 현재상황과 미래 계획을 솔직하게 확실히 말할 것.

아마도 결혼이 가장 주저되는 부분은 장애형제의 돌봄 문제 일 것이다.

결혼이 구체화되었다면, 장애형제에 대해 밝혔다면

형제의 돌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계획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절대 장애 형제에 대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너는 신경 쓸 필요 없어."라고 말하지 말자.


"지금 내 형제는 00 복지관에 다니고 있어. 이 복지관은 2030년까지 다닐 수 있고, 그 이후엔 00 센터로 가게 될 거야."

"지금 내 형제는 00 하고 있어. 부모님과 계속 함께 살겠지만, 부모님이 편찮으시고 돌아가신다면 난 옆집에 형제를 두고 살고 싶어."와 같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을 수 있다. 장애형제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 부모님과 한 번도 이야기 나누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장애형제의 돌봄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 형제는 00에 다니고 있는데,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 그룹홈도 있고 시설도 있어. 찬찬히 알아보려 해. 그렇지만 우리와 함께 살 일은 없을 거야."

"지금 내 형제는 부모님이 돌보고 있어. 아직 부모님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지는 않았는데, 앞으로도 부모님 살아계시는 동안은 부모님이 돌보실 거야. 그리고 그 이후 상황엔 부모님과 상의해 볼게. 지금까지 그랬듯 나는 형제와 함께 살 생각은 없어."와 같이 구체적으로 상황을 말해주어야 한다.


장애가족이 아니라면, 평범한 사람들은 장애인의 삶과, 돌봄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래서 아직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는 꼭 상대방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누군가

장애형제가 있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다면,

참 아프다.

장애 형제가 있는 비장애 형제들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왜? 무엇을 잘 못했길래,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고, 나의 흠을 덮어주어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우린. 태어나 보니

장애가 있는 형제와 함께 살아온 것 밖엔 없는데.


참 억울하다.



만약, 형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고,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형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한다면,

그땐 아프지만, 우리가 거절하자.

그건 언제든지

사고로 인해서든, 노화로 인해서든

장애, 질병등에 걸린다면

그 사람은 가족도 돌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인생에서 만날 수많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기엔 옳지 않은 사람이다.




비장애형제와 결혼을 하려는 이들에게도 당부를 드리고 싶다.


결혼을 할 상대방에게

'장애형제'가 있다면,

충분히 걱정되고 우려할 수 있다.

그 길이 쉽지 않기에 내 사람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형제들은

'장애형제'를 잘못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황을 극복하고 형제와 함께하며

더 강인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아마도, 당신은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려와 걱정으로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형제는 그저,

부모님의 이혼, 가계의 경제적 곤란과 같은

어느 집안에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문제일 뿐이다.

그 문제를 지금껏 잘 헤쳐왔고, 잘 이겨내 왔을 뿐이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니까,

누가 그랬으니까,

주변에서 물어보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걱정이니까.

등등

이런 말들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고 있는 건 아닌지.

힘든 일들을 어렵게 헤쳐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할퀴는 말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비장애형제인, 상대방이

형제의 일로 잘 못 한 것은 없다.

그가 "미안하다"사과하지 않게


잘 보듬어 주길.





누군가

장애형제가 있는 비장애형제와 결혼을 한다면,

마음속으로 축복을 빌어주시길.

과한 오지랖과 걱정은 넣어두시길.


나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장애형제들도

결혼을 이유로

너무 작아지고 초라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린 잘못한 게 없다.


대신, 꼭 형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자.

잘못이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 또한

상대방이

상대방 부모님이

장애형제에 대해 '걱정할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 또한 내 동생의 결혼상대에 대해,

장애형제가 있어서 반대하는 마음보단,

그 형제를 숨기고,

'너는 신경 쓰지 마!'라고 일관하는 태도 때문에

'결사반대'를 외쳤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나는 "힘들겠지만, 응원할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형제에 관하여 말 못 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핑계로 라도 말하세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영희'를 돌보는 '영옥'.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하는 '정준'.


나는 비혼이지만, 말한다.

"'정준'같은 사람 있다면, 결혼할래!"


그렇지만, 결혼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오늘도 동생과 지지고 볶으며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장애 형제가 있다는 건.

'결혼'조차 고민거리라는 현실이

참 슬프다.





★모든 경우는 항상, 케바케, 사바사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 바이 사람)

상황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여기서 말한 모든 것은 내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혹시, "아닌데!" 반박하시는 분 있으시다면,,,

네~ 당신의 말이 다 맞습니다! :)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과 별개로

장애형제를 둔 비장애형제 땡땡이야!

결혼 축하해!







https://brunch.co.kr/@starrysky0/32

이러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인터넷 카페가 있습니다.

또한, 비형제자매를 위한 오픈채팅방도 있습니다.

비장애형제로써 힘드신 점, 어려운 고민들

함께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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