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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Mar 08. 2019

안녕은 또 다른 시작인 걸요

[스얼레터#164] 나의 마지막 스얼레터

제가 2019년 2월까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재직한 동안, 스얼 매니저로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는데요, 스얼레터를 구독하시거나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스얼 브런치: https://brunch.co.kr/magazine/sa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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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5 안녕은 또 다른 시작인 걸요


2017년 10월,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반팔 티셔츠만 입어도 무리가 없던, 여전히 더웠던 어떤 날의 어스름한 저녁이 기억납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조금 일찍 퇴근하고, 처음으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사무실을 방문했던 때요. 


그때의 저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꽤나 위축돼 있었습니다. 큰 조직에 속해 지냈던 시간 동안 젊은 나이에 벌써 할 줄 아는 게 없어졌을까봐, 더 늦으면 큰 조직에 익숙해져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이 될까봐 무서웠거든요. 나가면 뭐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막상 밖으로 발을 내딛으려니 걱정이 앞섰던 거예요. 


그때부터 1년 4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네요. 그 시간 동안 저는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20대 중후반 몇 년의 저를 옭아맸던 두려움이나 우울 대신에 ‘감사함’이라는 감정을 채워넣게 됐거든요. 


누군가 제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매니저의 일을 한 마디로 얘기해보라고 하면, 저는 ‘많은 분들의 시간에게 감사한 일’이라고 표현할 것 같은데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매니저라는 이유로 바쁜 분들이 시간을 내주시고, 서로의 시간에 서로 고마워하며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에 속해 중요한 순간들을 나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특별한 일이었거든요. 


그렇게 내주신 시간인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제게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또 제가 스얼 매니저여서 많은 분들이 시간을 내주시는 건, 스얼의 멋진 동료분들과 전임 매니저분들이 가꿔오신 시간과 그 시간에 쌓인 신뢰 덕분인 만큼, 제 동료들과 전임 매니저분들에 대한 감사함과, 저도 다음의 어떤 분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 그런 감사함에 보답하고자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했고, 그 시간이 제게도 많은 행복이었습니다. 


스얼에 처음 왔던 그날, 저희 이사님-기대님-은 처음 본 자리에서 우리가 헤어질 언젠가를 말씀하셨어요. 360명 조직에서 4명이 있는 조직으로 한 발 딛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 4명의 조직은 앞으로의 언젠가를 처음부터 함께 얘기하며 시작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 모든 게 두려웠던 그때의 제게는 그 자체로도 큰 위로가 됐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던 거죠. 


많은 분들이 스얼에서 일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한 제게 무엇이 가장 좋냐고 물어보셨었는데요. 매번 제 대답은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점이 많은 센터장님, 이사님, 매니저님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멋진 동료분들 덕분에, 중요한 일들을 앞두고 겁먹을 때마다 혹여나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내 옆엔 이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눈을 부릅뜨고 힘낼 수 있었던 시간들이 제게는 정말 큰 행운이었어요. 


그렇게 행복하게 일했습니다. 지난해 봄, 뉴스레터를 개편하면서 첫 레터를 썼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 레터가 제 마지막 스얼레터가 되겠네요. 저는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정말 멀지 않은 곳에서 새 봄부터 새로운 도전과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께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새 봄에 반갑게 인사 나눠요!


- 아직도 마지막 스얼레터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이승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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