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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Mar 08. 2019

'다음'이 있다는 고마운 일

[스얼레터#160] '다음에' 또 가고싶은 바르셀로나 바다를 기억하며

제가 2019년 2월까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재직한 동안, 스얼 매니저로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는데요, 스얼레터를 구독하시거나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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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다음'이 있다는 고마운 일


‘다음에’, ‘나중에’ 라는 말이 저는 그렇게 싫더라고요. 할 수 있는 대로 형편껏 작게라도, 아쉽게라도 해보는 게 좋지 언젠가 모든 게 갖춰져서 할 수 있을 때를 기약하는 게 싫어서요. (계획 없는 습관성 '다음에'는 당연히 더 싫죠.) 


아마도 ‘다음에’, ‘나중에’로 미룬 일들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그렇게 미룬 ‘나중’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언젠가부터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는 말보다 약속을 잡으려는 습관이 생겨버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랬어요. 마음으로 정한 마지막 도전일 때 절박해지잖아요. 다음이 없으니까요. 왠지 이번에 보면 다시 못 볼 것 같은 사람을 만날 때는 그 마지막 기억에 흐트러짐 없이 남고싶어서 긴장하게 돼요. 최대한 멋지고 싶고요. 다음을 약속할 수 있는 사이는 그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거죠. 


그래서 어쩌면 다음이 없는 것처럼 모든 순간에, 모든 사람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무서운 것 같기도 해요. 혹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꼭 다음을 약속해주세요. 다음에 뭘 하자고 말해주세요.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한 켠에 품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애를 쓰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아 그래서, ‘다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니까 우리의 어떤 것들도 다음으로 미루자는 얘긴 아니고요. 우리에게 다음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혹시 이번이 마지막이어도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함께 보내요. 오늘의 인사가 우리의 마지막이 되더라도 아쉽지 않게요. 


- 얼마 전 다녀온 스페인 바다에 ‘다음에’ 또 가고싶은 이승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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