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_Moby Dick

신과 운명에 순응하기

by Starry Sunny

사실 모비딕을 처음 접한 것은 포르투 렐루서점에서였다. 해리포터의 영감을 받았다는 렐루서점에서 무언가 가념품을 사고 싶었는데 모비딕이 눈에 들어왔다. 모비딕은 두꺼운 것에 비해 가격이 싸게 느껴졌고 어린왕자는 두께에 비해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서 모비딕을 사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영어로 읽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 책을 검색했더니 한국말로 읽어도 난해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모비딕을 포기하고 어린왕자를 사서 집으로 왔다.


그렇게 모비딕을 잊고 있다가 작년에 도서관에 갔다 빌려 왔다. 그때 1/3정도 읽고 반납일이 되어 반납을 하고 또 잊고 있었다. 그러다 한동훈 전법무부장관의 인생책이라는 말을 듣고 이번에는 진짜 끝까지 읽어보기로 다짐하고 또 빌렸다. 그 사이에 책 표지가 더 예쁘게 나와있어서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모비딕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으로 꼽을까?

모비딕 줄거리_ 고래 잡는 이야기(스포 없음)

모비딕은 이스마일이라는 청년의 입장에서 서술이 된다. 당시 사회에서는 고래를 잡는 것은 굉장한 돈이 되는 일이 었다. 일거리를 찾아 세계의 많은 청년들이 포경선을 타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스마일은 엄청 자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포경선을 타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이스마일은 퍼쿼드호에 승선을 하고 에이해브라는 정체가 숨겨져있던 다리 한 쪽이 없는 선장을 필두로 해서 고래를 잡으러 출발한다. 그런데 어느날 에이해브는 이 배의 목적이 자신의 다리를 가져간 하얀 고래 '모비딕'을 잡기위한 것이라고 천명한다. 에이해브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모비딕을 잡아 복수를 하기 위한 마음으로 활활 불 타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래와 고래를 잡기 위한 설명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고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래를 잡는 과정이 잔인하고 너무 많은 배들이 뛰어들어서 왜 포경이 금지 됐는지 알 것도 같다. 그렇게 고래를 잡으면서 , 그 와중에 모비딕을 추격하면서 퍼쿼드 호는 항해의 끝을 향해 달린다.


모비딕_서평(스포 있음)


사실 2/3정도 읽었을때까지 왜 이 책을 그렇게 명작으로 꼽는지 잘 이해가 안됐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은 명확하게 말한다.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고


자연 앞에, 신 앞에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허먼 멜빌은 포경선을 실제로 탄 적이 있다. 그 때 거대한 파도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과 하찮음을 얼마나 느꼈을지 이해가 된다. 나 역시 아마 몇 년 전에 모비딕을 읽었다면 이 메시지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신과 자연, 운명 앞에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자만인 생각인지 느꼈기때문에 이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냥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선원들의 안위보다 모비딕만 쫒는 에이해브가 무책임해보이고 악의 화신으로 느껴졌다. 모비딕이 아무리 무시무시한 괴물로 묘사가 되어도 내게는 그냥 평화롭게 바다를 누비고 싶은 한 마리 흰고래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모비딕은 무시무시한 존재였을 것이다. 실제로 모카딕이라는 흰고래가 있었고 이 고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허먼 멜빌도 모카딕에서 모비딕이라는 이름을 따왔을 것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모카딕 뿐만 아니라 고래를 잡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은 고래가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모비딕으로 대표되는 고래를 포악스럽게 묘사한다. 읽으면서 그 부분이 잘 와닿지 않았다. 아무 이유없이 비싼 값에 팔린다는 이유로 작살에 맞아 죽음을 맞는 고래들이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아무래도 고래잡이가 유행하던 시대가 아니라 그렇게 느껴졌을 수있다.


그렇게 모비딕에 녹아들지 못하고 모비딕을 삐딱하게 읽으며, 과연 에이해브는 모비딕을 잡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게 된다. 사실 모비딕의 정점은 마지막이다. 에이해브가 그토록 찾아헤맨 모비딕을 드디어 만나기때문이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에이해브가 모비딕을 왜 그렇게까지 쫒았는지가 나온다. 그 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개인의 복수에만 눈이 먼 선장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에이해브가 스타벅에게 말한다.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나는 운명의 부하에 불과해. 운명이 명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출처 : 모비딕)


에이해브가 스타벅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후에야 에이해브를 이해하게 됐고 에이해브에 몰입하게 됐다. 이 전까지는 모비딕이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이 후에는 에이해브가 신과 운명! 자연에 맞서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한다고 한다. 모비딕을 악으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선으로 보기도 한다고 한다. 모비딕은 악의 화신도 아니고 선도 아니다. 신도 아니다. 에이해브가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그냥 운명이다. 너무나 갖고 싶지만, 내게 허락되지 않는 것들. 그것이 모비딕이다. 너무나 이기고 싶지만 매번 지도록 계획되어 있는 것들. 그것이 모비딕이다.


사실 모비딕을 잡아서 복수에 성공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모비딕을 잡든, 모비딕에게 집히든, 그것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에이해브는 자신의 운명은 모비딕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에이해브는 모비딕에 광기와 가까운 집착을 보였고 그것 또한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앞에, 신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묵묵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에이해브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결국 자신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았다. 너무나 나약하게 자연앞에, 운명앞에, 신 앞에 무너졌다.모비딕을 잡기 전까지는 구부러질 것 같지도 않았던 선장은 너무나 보잘 것없는 최후를 맞는다. 여기서 종잇장같은 인간의 나약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허먼 멜빌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너 뭐 돼?


에이해브는 사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그것을 어리석었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에이해브가 스타벅의 만류를 들었더라도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을 에이해브는 받아들였던 것이다.


나 역시 모비딕에 광기와 같은 집착을 보였었다. 아마 이것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번번이 무너지고 깨지고 있다. 어디까지 깨져야 드디어 내가 운명을 받아들이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운명이라면 한편으로는 속상하고 슬프다. 내게는 작은 사치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에이해브처럼 운명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에이해브를 바라보는 시선이 책을 덮는 순간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무책임한 선장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응적인 존재로 말이다. 순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에이해브가 더 대단해보인다. 나의 요 몇년간의 화두도 순응하고 복종하기다. 그렇기에 모비딕에서 하는 이야기 중에 그 부분이 가장 와닿는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이토록 모비딕을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사실 그부분을 몰랐을 때 나의 삶의 깊이가, 사고의 깊이가 너무 얕아서 모비딕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큰 시련을 겪어야 이해하는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득했다. 나도 언젠가는 모비딕을 잡고 싶다. 그것이 내 운명인가보다. 그런데 모비딕을 끝까지 못잡는 것이 운명이라면, 나는 에이해브처럼 그렇게까지 매달리지는 못할 것 같다.


나의 모비딕, 잡고 싶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스타벅스가 모비딕에 나오는 1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스타벅들이라는 뜻이었다. 스타벅은 참 건실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능력있는 1등 항해사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아직까지 나의 인생책은 데미안이다. 데미안을 영어로 읽으며 매일 매일 감동하고 있다. 모비딕 원서도 주문했다. 모비딕도 원서로 읽으면 과연 데미안처럼 매일매일 감동할지 궁금하다. 모비딕은 일단 두꺼워서 읽기만 해도 성취감을 준다. 무언가 자꾸 안 될때, 그것이 자꾸 내 탓이라고만 느껴질때 모비딕 추천이다. 자연과 신 앞에, 운명앞에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알게 되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에 조금 가까워진다. 에이해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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