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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Jan 30. 2017

비 오는 오사카에서 뛰었을 때

밤 10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일 년 만에 다시 온 일본, 오사카에서 운동화를 고쳐신었다. 뛰기 위해서였다. 행군이 유격훈련보다 싫을 만큼 걷는 것과 거리가 먼 내가 뛴다니. 뭐가 변해도 단단히 변했다. 뛰기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초보 러너지만 마음만은 다부지다. 부슬비 오는 날씨에도 뛰고 싶을 만큼.


달리기는 특히 여행할 때 좋은 것 같다.


책 한 권 때문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여행에 가면 꼭 뛴다고 밝혔을 때, 내 마음속엔 빛 같은 게 들어왔다. 생각만 해도 가슴에 행복이 꽉 찼다. 상상해보자. 이른 아침, 따스한 햇살과 이국적인 도로. 러닝복을 깔끔하게 입고, 꽉 조여진 신발을 연신 흔든다. 우연히 지나는 빵집 앞엔 고소한 향기가 스치고, 출근으로 분주한 사람들 한편을 유유히 지나는 모습. 내가 뛰기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여행'을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이 그 날이었다. 상황은 많이 달랐다. 이른 아침도 아니었고, 사람들이 많은 시간도 아니었다. 따스한 햇살 대신 비가 내렸고, 동네 빵집이 열 시간도 아니었다. 그려오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꼈다. 달리기는 특히 여행할 때 좋은 것 같다고.

 떨어지는 빗줄기에 비친 오사카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국적인 도로도, 왼쪽 편으로 가는 자동차도, 우산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70줄 할머님도 모두 일본스러웠다. 비 오는 날의 한옥이 아름답듯,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오사카의 밤거리가 매력적이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면 두근두근 거림과 착각해 이성에게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처럼, 뛰기 시작한 후의 오사카는 전보다 아름다웠다. 달리기가 여행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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