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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Apr 20. 2017

구름을 몰고 다니는 J양.

날씨는 누가 정하나요~?

 별 관측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기상상황은 보통 구름이다. 구름이 끼면 우주의 별들은 자취를 감춘다. 별빛이 아무리 아름답고 신비롭대도 구름을 뚫을 만큼 강력하지는 못한 탓이다. 구름의 등장은 다이어트 중 마주친 치킨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그런데 1년 전부터 자꾸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늘은 아니지만 중요한 날마다 자꾸 구름이 훼방을 놓았다. 은하수를 보러 함께 떠난 몽골에서는 이틀 내내 비를 맞았다. 월 강수량이 이틀인 곳에서의 이틀간 폭우였다. 관측을 위해 한껏 짐을 싸서 떠난 워크숍 때도 별을 볼 수 없었고, 한 달에 한번 여는 관측 행사는 도대체가 제때 진행된 적이 없다.

 "오늘도 또 취소인가요!?"란 말은 예약자들에게 듣는 단골 멘트가 되었다. 이게 모두 다 구름! 구름! 구름!! 탓이다!

구름은 마치 언제 자신의 위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지를 꼭 아는 것 같다. '오늘만은 제발 피해 줘라!' 했던 날만 골라서 쏙쏙 나타난다. "오늘 등장하면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못 느끼겠구먼, 내일 가자!"할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가끔은 사라짐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증명하기도 한다. 구름이 가득하기로 예보가 되어 관측 프로그램을 취소하면, 거짓말처럼 도망가버리는 것이다. 이럴 땐 분노보다 허탈함이 먼저 든다. 밤하늘은 역시 신의 영역인 것인가 싶다.



 그런데 오늘 범인이 밝혀졌다. 딱 세 가지의 증명으로 말이다. 범인은 J양으로, 제출된 증거는 아래와 같다.


1. 몽골, 워크숍, 관측 행사 등, 구름이 낀 날에는 모두 J양이 참여했다.

2. J양이 일정상 참여하지 못하게 된 관측행사는 여지없이 맑았다.

3. '구름 많음'으로 예보되었다가도, J양이 관측 행사를 취소하면 거짓말처럼 구름이 사라졌다.


 그랬다. 딱 이 세 가지였다! 1, 2번의 사례를 통해 약간의 의심은 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너무나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J양이 관측 행사를 취소한 뒤 구름이 사라지는 기적을 세 번 연속 행하자 모두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눈 앞에 펼쳐진 것처럼 놀랐다. 그리곤 동시에 깨달았다. '아! 범인은 J 구나!'


J양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모두 자신의 탓이라며, 이제 천문대를 떠날 때가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J양은 "제가 그만 두면, 모두가 행복한 거죠...?"라고 물었고, 모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구름 예보로 관측이 취소된 날, 맑은 하늘 아래서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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