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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Apr 22. 2017

쌤은 낮에 일 안하시잖아요~

출근이 세시랍니다.

산 깊숙이 위치한 천문대는 지하수를 사용한다. 그런데 하루는 쿨럭 쿨럭 소리와 함께 지하수를 끌어올려주는 모터가 작동을 멈췄다. 모터가 돌지 않으면 천문대는 곧장 단수가 된다. 화장실도, 정수기도 사용 불가 상태다.

 허나, 죽으란 법은 없는지 사실 내가 모터 집 아들이었다. 어깨 너머로 배운 게 좀 있다고 두 시간 동안 모터를 고쳤다. 다행히 문제는 해결됐고, 천문대에는 물이 돌았다. 대장님의 창백한 얼굴에도 다시 피가 돌았다.


 그런데 그 두 시간이 뭐라고, 간만에 내리쬔 햇살에 얼굴이 새까매 졌다. 두 시간 동안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치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처럼 새카매졌다. 하... 싫다.(사실 저는 워낙 잘타서, 까만 얼굴에 컴플렉스가 있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수업을 온 학생의 어머님께서 날 보더니 화들짝 놀래며 물었다.


어머님  선생님, 어디 여행 다녀오셨어요!?
쪼쪼쌤  왜요?
어머님  아니, 정말 새까맣게 타셔서요!
쪼쪼쌤  아~ 일하다가 좀 탔네요~
어머님  일이요? 선생님.. 낮엔 일 안 하시잖아요... 별 보시는 분이..
쪼쪼쌤  아... 그게..


그랬다. 어머님들은 우리들이 낮엔 일을 안 하시는 줄 아신다. 밤하늘 별만 상대하는 직업이겠거니 하시니까 말이다. 딱히 부정하기도 그래서 그냥 에둘러 얘기했다.


태양 관측을 하다가요...

"아~!그러셨구나~"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차마 모터를 고치다 탔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별로 맺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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