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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Apr 26. 2017

별로 맺어진 인연.

밤하늘 정은 깊어요.

  오늘은 3년 동안 함께하고 졸업한 친구들이 간만에 천문대를 찾았다. 아이들의 근황도 궁금하고 어머님들의 안부도 궁금해 비는 시간을 이용해 오시라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날씨가 안 좋았다. 오래간만에 별을 보여주려고 불렀는데 예보가 완전 꽝이었다. 별이 보일 가능성이 0%에 가까웠다. 그래서 급하게 연락을 취했다. "오늘 별이 안보이겠네요, 다음에 오시는 게 어떠세요~?"


어머님들의 대답은 빠르고 간결했다.

그냥 갈래요~~~!

 어머님들은 지체 없이 천문대를 찾았다. 별을 못 봐도 오겠단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났다. 1년 만에 천문대를 찾은 아이들이 나를 보자마자 외쳤다. "쪼쪼쌤!! 키가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1년 만에 봐서인지 아이들은 키가 부쩍 컸다. 한 친구는 나와 고작 1c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고작 중1 주제에... 괜히 뒤꿈치를 올리며 아직도 한참 클 아이를 억지로 내려봤다. 아이는 옅은 웃음으로 나를 능멸했다. 심술이 나서 물었다. "오늘 날씨도 흐린데 왜 온 거야 대체!?"


선생님 얼굴 보려고요!!
보고 싶으니까요.


 여자 친구에게나 당할 심장 어택을 아이들에게 맞았다. 별도 별이지만, 아이들 때문에 이 일을 하나 싶다.

 우리는 그렇게 흐린 하늘 아래 1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3년에 시간에 기대어, 밤하늘 아래 추억에 기대어. 구름 위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별보다 빛날 아이들을 오래도록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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