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정은 깊어요.
오늘은 3년 동안 함께하고 졸업한 친구들이 간만에 천문대를 찾았다. 아이들의 근황도 궁금하고 어머님들의 안부도 궁금해 비는 시간을 이용해 오시라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날씨가 안 좋았다. 오래간만에 별을 보여주려고 불렀는데 예보가 완전 꽝이었다. 별이 보일 가능성이 0%에 가까웠다. 그래서 급하게 연락을 취했다. "오늘 별이 안보이겠네요, 다음에 오시는 게 어떠세요~?"
어머님들의 대답은 빠르고 간결했다.
그냥 갈래요~~~!
어머님들은 지체 없이 천문대를 찾았다. 별을 못 봐도 오겠단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났다. 1년 만에 천문대를 찾은 아이들이 나를 보자마자 외쳤다. "쪼쪼쌤!! 키가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1년 만에 봐서인지 아이들은 키가 부쩍 컸다. 한 친구는 나와 고작 1c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고작 중1 주제에... 괜히 뒤꿈치를 올리며 아직도 한참 클 아이를 억지로 내려봤다. 아이는 옅은 웃음으로 나를 능멸했다. 심술이 나서 물었다. "오늘 날씨도 흐린데 왜 온 거야 대체!?"
선생님 얼굴 보려고요!!
보고 싶으니까요.
여자 친구에게나 당할 심장 어택을 아이들에게 맞았다. 별도 별이지만, 아이들 때문에 이 일을 하나 싶다.
우리는 그렇게 흐린 하늘 아래 1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3년에 시간에 기대어, 밤하늘 아래 추억에 기대어. 구름 위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별보다 빛날 아이들을 오래도록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