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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y 25. 2017

왜 내게 돈을 주는 거지?


 천문대 강사가 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날의 주된 업무는 공부였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주제가 36가지나 되기때문에 '공부'도 중요한 업무였다. 

 그런데 그 공부라는 것이 생각보다 흥미롭다. 시험을 위한 공부와는 사뭇 다르다. '상대성 이론'을 영화 <인터스텔라>에 적용해본다거나, 허블이 발견한 '우주 팽창'의 과정을 따라가 본다. 과학 잡지를 읽거나 최신 논문을 찾아 읽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흥미로운 우주이야기는 무엇이든 가치있다. 

  평생 평가를 위한 공부만 해왔다. 그런데 어느순간 돌아보니 나를 위한 공부를 하고있었다. 기한도, 압박도 없이 즐거운 지식을 쌓고 있었다. 이 직업을 갖지 않았더라도 '취미'로 했을 공부들이었다. 이런 생각이 스치니 갑자기 이상했다. 옅은 어색함이 들었다. 그리곤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다.


왜 내게 돈을 주는 거지?

 천문대에 입사하기 직전까지 대학교에 다녔다. 평생의 반을 별에 관심을 두고 살았고, 별에 대해 더 공부하기위해 천문학과에 들어갔다. 대학교 등록금은 1년에 무려 천만 원에 달했다. 우주를 더 알기 위해 4년 동안 4000만 원 가까이 지불한 것이다. 무언가를 공부하는 게 그토록 '비싼'일인줄 그제야 알았다.

 그런데 천문대는 달랐다. 좋아하고, 평생 흥미로워했던 공부를 하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책을 사주고 강의를 제공했다. 심지어는 '월급'까지 줬다. 넘치진 않았지만 모자라지도 않았다. 내가 진정을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돈을 받다니... 그날 나는 생각했다. 이 일은 정말 환상적이라고.



 천문학은 살아있는 생물 같다. 아직도 작은 몸집의 아기처럼 언제나 성장한다. 기술의 발전, 새로운 이론 혹은 우연한 관측 등, 그 무엇도 성장의 영양소가 된다. 그 영양소를 받아 든 천문학의 주소는 매일매일 다르다. 어제의 답이 오늘은 오답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오답이 오늘은 정설이 되기도 하다. 수천 년 동안 쌓아진 학문이지만 트렌드에 참으로 민감하다.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태양계 탐사덕에 행성들의 정보가 매년 업데이트된다. 선두적인 연구 조직이나 기업들의 동향도 매년 도전적이다. 국제 우주정거장에 로켓을 쏘아 보내는 일을 기업이 도맡아 하고,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민간 영리 단체가 먼저 손을 뻗었다. 할아버지의 말처럼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가.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접하지 않는가. "쌤, 오늘 뉴스에 보니까 토성의 달에 바다가 있다던데요, 사실이에요?" 하는 질문에,  "글쎄...?"라고 대답하는 순간 아이들의 눈엔 실망감이 비친다. 신뢰감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에 늘 대비해야 한다.


 때문에 천문학 강사들은 늘 공부한다. 자칫하다간 '한물 간'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최신의 정보를 찾아보고 숙지해야 한다. '공부'가 주된 일이자 업무다. 근무시간에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기사를 찾아 읽는 일도 지극히 당연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한가로이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치열한 업무의 현장이다. 학자들과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공부가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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