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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Jun 01. 2017

거절할 수 있어서, 좋다.

꿈은 낮에 이루어진다. <part 3>

 말이 나온 김에 좀 더 이야기해보자. 밤 근무(?)의 장단점에 대해서;


 밤 근무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출근길이 한산해서다. 애매한(?) 출퇴근 시간 덕에 러시아워나 출퇴근 시간대의 복잡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출근길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사서, 보통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1시간 반은 걸릴 거리를 40분 만에 주파할 때 나는 행복을 느낀다. 커피를 좋아하고 운전을 싫어하는 내게는 이만한 장점이 없다. 세상에는 운전과 번잡한 도시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한 가지 더 근무시간의 기쁨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은 자신 있게 '시간이 안됩니다.'하고 거절할 수 있을 때다. 예를 들면 "오늘 저녁에 술 한잔 어때?"라던가, "오늘 동호회 뒤풀이가 있는데, 올 수 있지?"하고 누군가 물어도 "죄송합니다, 퇴근이 12시라..."한마디로 끝낸다.

 만약 내가 일반적인 직장을 다녔다면, 그렇게 간단히 "안됩니다."하고 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나를 찾아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는 게 미덕이니까. 완곡한 거절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여러모로 유용하다.

 심지어 "아, 제 퇴근이 12시라 도착하면 1시쯤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하면 으레 겁을 먹고는 "아... 그렇다면 다음에 보지요..."하고는 쓱 꼬리를 내뺀다. 많은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내게는 참 유용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엔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기도 하지만. 


 오후 출근의 단점과 장점은 마치 연애의 과정과 같달까. 처음엔 장점이 었던 것들이 나중엔 단점이 되고, 단점이었던 것들이 장점이 된다. 꼭 나쁘다고 할 게 없다. 하나의 사실이 두 가지 면을 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연애 같은 출근시간이 좋은 건 왜일까. 밀당의 연애처럼, 끊임없이 요동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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