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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y 29. 2017

밤을 사는 사람들.

꿈은 낮에 이루어진다. <part 2> 

 '오전을 잘 활용해야 사람답게 산다'는 말이 있다. 천문대에 일하는 사람들끼리의 명언이다. 밤을 사는 사람들이 오전을 그저 '잠'으로 보내면 하루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별을 보면서도 별 볼 일 없는 삶이 될지 모른다. 백수 취급을 받으면서도 오전에 활동하는 이유다.

 천문대는 별을 봐야 하기에 보통 출근이 늦다. 나의 경우 오후 세시가 출근시간이다. 초등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누군가는 일을 마무리 해갈 때가 돼서야 출근을 한다. 한 번은 출근 직전 커피를 사러 카페에 들렸더니 "일찍 퇴근하셨네요?"하고 물었다. "이제 출근합니다." 하니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죄송해요" 하더라는. 

 늦게 출근한 다는 말은, 늦게 집에 온다는 말과 같다. 나의 퇴근시간은 12시다. 집에 오면 새벽 1시. 간단히 씻고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킨다. 여유로움을 즐기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밤이다. 태양이 뜨기까지 고작 4시간을 남겨둔 때다.


 그래서 밤을 사는 사람들에게 출근 전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춤을 배우고 싶어도 오전반에 참여해야 하고, 헬스나 운동도 모두 낮에 해야 한다. 강의를 듣는다거나 책을 읽는 것도 모두 '낮'의 일이다. 간혹 낮엔 하기 힘든 '와인 동호회'같은 게 하고 싶을 땐 정말 안타깝다. 원망스럽기까지다.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낮에 여유로운 사람들은 와인에 관심을 갖지 않는 건지, 낮시간에 와인샵을 여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건 시간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할 땐 "낮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요!!"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수영이 배우고 싶어서 수영장에 다닐 때였다. 오전 11시 수업이었는데,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매달 새로 신청해야 하는 강좌의 신청률이 여유로웠다. 저녁반이면 물 반 사람 반이었거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청권처럼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지 않았을까? 낮시간의 매력은 콘텐츠와 사람이 모두 없다는 데에 있다. 덕분에 무언가는 모자라고, 무언가는 넘치게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밤을 사람들의 낮은 정말 중요하다. 치기 어린 열정으로 해온 음반 작업이나 복싱 대회의 참여도 모두 수고스러운 낮시간의 열매였다. 동화를 배우고, 수영을 익히고, 책을 쓰는 것도 모두 낮의 몫이었다. 천문대에서는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말한 누군가의 명언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밤을 사는 사람들의 역사는 '낮에'이 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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