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지고 싶다구요.
글을 쓰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여럿 있다. 내 경우, 별과 음악과 여행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다.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즐거우니까. 굳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꺼내어 쓸 필요는 없잖아요~?
어쨌든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자도 꽤 좋아하지만, 여자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뭔가 곤란한 얘기도 나오므로(하고 슬쩍 그녀의 눈치를 본다), 아무래도 제한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마음 편하고 좋다.
나의 경우, 친구가 "너는 집이 싫어?"할 정도로 여행이 잦은 편인데,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명확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때문. 새로운 세상이라 함은, 낯선 환경에서 만나는 멋진 풍경일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이기도 한다. 가끔은 풍경보다 사람이 더 '새롭게'느껴진다.
여행할 때 보통 호스텔에 묶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 평생 드넓은 지구에 널브러져 살던 여행객 몇 명이, 술 한잔 하며 수십 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자신들의 세계를 털어놓는 게 그토록 매력적이어서다. (아무래도 호텔에서는 그런 대화가 잘 없으니까...). 여행 중 마주친 다양한 사람은 책만큼이나 귀한 자양분이 된다.
대충 스무 국가 정도를 여행했는데, 사람 일이란게 그렇듯 항상 즐겁진 않았다. 최악의 도시가 있는 것처럼, 가끔은 '정말 싫다'싶은 사람도 나타나기때문이다. 나의 경우, 어떤 사람이 상극인가 하면 바로 '자신만 옳은 사람'이다.
나는 모든 것에 답이 정해져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에 만병통치약 같은 답지가 있을 리 만무한데, 어디에나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려는 자세가 몹시 불쾌해서다. 이런 경우 말조차 섞기 싫다.
나는 책을 몹시 좋아하지만, "책을 읽어야만 좋은 사람이지!!" 하고 말하는 사람이나, "어린것이 뭘 알아??" 하며 고지식함을 뿜어내는 상사를 볼 때도 그런 불쾌함이 쏟아진다. 한 가지의 길만 옳다는 관점은 아무리 애써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한 번은 모임자리에서, "저는 맥주를 좋아합니다."했더니, "저도 예전엔 맥주를 좋아했는데, 좀 더 지나면 소주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하며 무언가 부대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맥주 마시는 사람을 마치 하류 취급하는 것이다. "맥주의 쌉싸름함을 좋아합니다. "하니 "저도 예전엔 쓴맛이 싫었어요. 그게 다 인생의 쓴맛을 몰라서 그래요" 했다.
으웨엑! 자신과 다른 생각 = 어린 생각으로 치부하는 그의 대화를 곱씹자면, 지금도 뭔가 어깨가 들썩들썩하며 구역질이 나온다. 정말로 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그러면 괜히 심술이 나서 뱉지도 못하는 말이 입안에 맴돈다. "알겠으니까, 좀 닥쳐줄래?"
그 날 이후로 "저도 예전에..."로 시작하는 말은 정말 듣기 싫다. 그래서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속으로 작게나마 소리친다. 당신과 더 친해지고 싶으니,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말아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