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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Jun 13. 2017

하길 정말 잘했다.

 세상에는, 하기 전엔 정말 죽도록 싫다가도 하고 나면 '하길 정말 잘했다'싶은 일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운동이라던가, 혹은 운동이라던가, 또는 운동이라던가...


 시험기간만 되면 세상 모든 게 흥미로운 것처럼, '운동이나 좀 해볼까'하면, 세상 모든 게 다 즐거워진다. 침대도 아늑하고 있던 불면증도 사라진다. 뉴스가 갑자기 재밌어지고, 설거지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평소에 이토록 부지런하면 얼마나 좋을까? "오빠는 평소에도 깨끗하게 해놓고 살 것 같아"라고 말한 그녀의 마디가 조금은 간지럽다.


 운동을 가겠다 마음을 먹고 신발 끈을 묶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실제 운동하는 시간을 아주 우습게 넘긴다. 뛰어야 고작 20분인 주제에 작정은 한 세월이다. 그래놓고, 그 어려운 문 밖 나서기에 성공하면 '참, 나는 성실한 인간이야'하곤 한다. 그 전까지의 지난한 싸움은 개구리 올챙이 적처럼 금세 잊는다.



 무거운 추라도 올려진 양 무거운 양 발을, 그래도 한 번 두 번 옮겨내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드는 생각은,


뛰길 참 잘했다.


 올해 들어 제일 잘 한 일이 있다면 바로 뛰기로 한 일이다. 뛰는 순간만큼은 무언가 자유롭다. 옆에서 불어오는 살랑거리는 바람이 살갗을 부드럽게 만지고 매끈하게 미끄러지는 땀 방울이 기분 좋다. 시원하다.

 이 순간만큼은 스스로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사람의 어색한 눈 빛도 '우리는 참 건강한 삶을 사는군요' 하는 것만 같다. 뛴다는 것은, 몸을 단단하게 하는 일이지만, 몸보다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럼에도, 뛰는 일은 계속 어렵다. 여전히 마음먹기가 힘들고, 여전히 신발장까지의 거리는 멀다. 발을 한 두 번 구를 때 까지는 떨어지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어대는 여고생의 마음이겠지만, 다행이 한동안은 꾸준히 뛸 것 같다. 뛰면 몸과 덤으로 다른 무엇도 건강해질 것 같아서. 하고 나면 '하길 정말 잘했다'싶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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