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승현 Jun 21. 2017

아, 그건 정말 싫어!

 지금까지 인생에서 '아, 그건 정말 싫어!'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세상 푸를 스무 살 때는 커피가 그러했다.


일단 맛이 없었다. 어떤 것은 쓰고, 어떤 것은 셨다. 아무리 잘 표현해도 냄새 좋은 한약 정도였다. 가끔은 생선 비린내 같은 향이 나기도 했다.

 가격도 큰 문제였다. 모두가 빠져있는 그 마법의 갈색 물이라도 너무 비쌌다. 5000원이라니, 맛있는 김치찌개 백반이 학교 앞 최고 번화가에서도 5,000원이었는데! 돌도 씹어먹을 대학생에게 커피가 한 끼 식사처럼 느껴질 리 만무했다. 어쩌다 카페를 가게 되면 유자차나 핫초코를 마셨다. 나는 왜인지 커피보다 유자차가 더 세련되게 느껴졌다.(진실로)


 10년이 지난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음료가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다면, 두말 않고 커피다. 아메리카노던 더치던 카푸치노던 커피가 제일 좋다. 하루에 두, 세잔은 기본이고 가끔은 카페인 과다로 두근대는 심장을 움켜쥐기도 한다. 사랑을 처음 느낄 때처럼 심장이 튀어 오른다.

 시간이 혀의 쓴 감각을 앗아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더 이상 커피가 쓰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한약은 쓰고, 레몬은 신데 왜 커피만 안 쓰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에 몸을 맡기고 몇 년간 질주하다 눈을 떴는데, 어느새 그 안에 풍덩 빠져있었다. 정신없이 놀던 갯벌에 밀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변해온 것이 많다. 느끼했던 연어 회의 고소함을 알게 되었고, 밥 보다 좋았던 빵이 더 이상 잘 먹어지지 않는다. 방청소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되었고 걷기도 싫어했던 내가 일주일에 세 번은 뛰고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강산보다 거대하다고 느껴졌던 '취향'이 송두리째 변해있었다.

 앞으로 또 나의 취향이 어찌 변할지는 감도 오지 않지만, 지난 변화들을 떠올리면 꼭 "그렇게 까지 싫어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팔짱을 꽤나 단단히 걸어 잠그고 "싫어, 커피는 절대 안 먹어!"했던 지난날에 '그렇게 까지 거부할 필요가 있었나'싶은 것이다. 공격적인 눈 빛 만 좀 더 일찍 풀었어도 '커피'를 빨리 즐기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지금 단호하게 '싫어!'하고 말하는 것들은 나의 '잣대'이기도 하지만 '줏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절대' 가 아닌 것쯤은 커피로 떠올려보는 아침이다.

작가의 이전글 하길 정말 잘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