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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Nov 04. 2017

그래도 무언가 뜨끔하다.

별 보러 갈래?

아주 어릴 때  <콘택트>라는 영화를 수십 번 봤다. 별에 푹 빠져 기어코 천문학자가 되는 주인공이 부러웠다. 영화 속 어린 주인공은 아주 초보적인 무선 통신을 즐기곤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괜히 라디오를 만지작거렸다. 물론 아무 소득도 없었다.


"야, 오늘 별 보러 갈래?"

"별? 무슨 별?"

"천체사진이나 좀 찍자. 수피령으로 달려!"


 몇 주 전, 다른 천문대에 일하는 막역한 친구가 강원도 수피령 행을 권했다. 별을 보러 가자며, 귀한 휴식시간을 쓰자고 했다. 나는 말 대신 침묵으로 답했다. 이내 친구가 말했다. "쉬는데 미안."


 어디서 들은 이야긴데, 작가 네 명의 식사자리에서 누가 "최근에 나온 S의 소설 참 괜찮지 않나요?"하고 물었단다. 그러자 한 작가가 "밥 먹는데 일 얘기하지 맙시다"하더라는.

막 전역한 군인들은 자신이 머물던 부대 쪽으로 침도 뱉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회사원들은 주말에 회사 근처가 적힌 표지판만 보여도 머리를 쥐어짠다.  그러니 쉬는 날 별을 보러 가자는 요구의 거절이 무리는 아닐 테다. 그래도 무언가 뜨끔하다.


<콘택트>를 보며 라디오를 만지작 거리던 꼬마 아이는, 매일같이 초록 레이저를 총처럼 쏘아대며 별을 보는 미혼의 총각이 되었다. 우연히 친구의 전화를 받고 떠올렸다. 나의 어릴 적 낭만과 순정은 어디로 간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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