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잔을 시작하다.

커피 맥주 리턴즈

by 조승현

다시 한 잔을 시작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커피도 그렇고, 하루를 마치는 맥주도 그렇다. 아주 간만이었다. 어디에나 널부러진 그들의 광고판들 사이로 찬 시선이 흐르길 몇 달이다. 더 이상 의도적으로 눈길을 피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 느꼈다. ‘아, 다시 돌아왔구나.’


커피, 맥주. 그것들과 나의 하루는 아주 규칙적이었다. 건장한 청년의 몸 앞에 몇가지 장애물이 쏟아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루를 향긋한 커피향으로 열고 두터운 보리향으로 닫았다. 하루 걸러 한 번 뛰었고, 하루 걸러 한 번 무거운 역기따위를 들었다. 무언가를 흡수하듯 강의를 들었고, 무언가를 뱉어내듯 글을 썼다.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열심히 사는 사람이야”


얇은 등심 몇 점을 입에 넣으며 오랜 친구가 말했다. 그 말에 ‘그럴리가’하고 생각했지만 표현하지 앉고 멋쩍게 웃었다. 진심이던 아니던 호의로 한 말일테니 감사히 받으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렇게 살면 좋을 일이었다.


나는 오늘 커피로 하루를 열고, 맥주로 꺼져가는 하루를 닫는다. 그것들은 소박하지만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보통의 행복이다. 나의 하루는 그 가운데 있고, 커피와 보리 가운데로 맺어지는 또 다른 열매들이 한 움큼 커졌다. 나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맑은 쪽 보단 탁한 쪽에 가까운 두 액체가 누군가의 하루에 즐거움을 뿜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