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샤워 같기를

글쓰기가

by 조승현

글이 아주 쉽게 써지던 때가 있었다.


무엇을 고려하거나 따지지 않고, 주위의 시선과 스스로 드는 민망함도 채 들지 않을 때가 그랬다. 그날의 '글쓰기'는 샤워 같은 무게였다. 하루내 쌓인 먼지를 깨끗하게 쓸어내고 깔끔한 마무리를 주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무얼 쓸까?’ 고민하는 것은 행복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놓고 볕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와 배터리가 다 사라질 때까지 고민해도 그것은 휴식이었다. 꼭 쓰지 않아도 즐거웠고, 썩 맘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아도 행복했다. 나는 투박하게 생긴 키보드에서 타닥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가 나듯 두드려대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무언가 꽉 막히어버렸다. 도무지 글이 즐겁게 써지지 않는다.


“글 좋던데~?”


칭찬 때문이었다. 그리 대단치도 않은 ‘빈 칭찬’ 몇 마디. 수어년의 시간을 품은 글들로 상을 받고, 꿈처럼 출간도 하게 되었지만 그것들은 도리어 나를 갉았다. 괜찮은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했던 칭찬이 낯뜨거움에 녹아 끈적이 나를 덮쳤다. 잘 씻기지도 않았다. 어디선가 ‘칭찬도 아이들에겐 착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선의의 한 마디가 행위의 기준이 되어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떠오른 글귀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서른의 총각에게도 그 말이 유효함을 끈적하게 동의했다. 글쓰기가 그저 ‘행복한 순간’이었던 때를 떠올린다. 그리곤 다시 글쓰기가 ‘샤워’ 같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