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아깝지 않은 그들
“물이.. 물이 안 나와...!”
함께 일하는 팀장이 읊조리듯 한탄을 섞어 말했다. 지체 없이 화장실로 달렸다. 정말이었다. 화장실도, 세면대도 물 대신 가엾은 침묵을 뱉어냈다. 아뿔싸.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천문대는 늘 단단했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추위가 3일 연속이어도 마음을 놓았다. 추위에 익숙한 만큼 대비도 탄탄한 덕이었다. 하지만 흐르는 물도 서게 하는 추위는 땅속의 물도 얼어붙게 했다.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해빙기도 통하지 않았다. 져버린 해는 자신의 빈자리를 찬 기운으로 채웠다. 찬 기운 위로 별이 총총했지만 누구도 초대할 수 없었다. 얼어붙은 천문대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척박한 곳이 되었다.
“오늘 수업은 모두 취소하자”
“네”
직원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런데 물은 어떡해요?”
“작전이 있긴 한데... 내일 좀 일찍 나올 수 있을까?”
“당연하죠! 몇 시에 나올까요~?! "
"10시...?"
"9시도 괜찮아요!"
모두는 직원이지만, 주인이었다. 일이 바쁘면 자신의 시간을 먼저 쪼개어 썼고, 보상 따위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나는 직원들이 희생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만큼 대우받고, 인정받기를 바랐다. 하지만 언제나 한 발짝 앞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했고, 더 열정적이었다. 나는 늘 뒤처졌다.
언젠가 나는 그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들의 미래를, 그들의 비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스스로 만들었다. 내가 제시하는 것보다 먼저 그곳에 도달했다. 그들은 분명 나의 계획보다 더 큰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다시 고민한다.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무엇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눈을 한 번 질끈 감는다. 머릿속에 작은 별들이 휘몰아치듯 지난다. 그리곤 '무엇이라도 해주어야지'하고 떠올린다. 무엇이라도. 무엇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