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되어간다.
"저 왔어요."
"어이쿠, 이게 누구야. 보기 힘든 얼굴을 여기서 다 보네"
"달 초에도 왔었잖아요."
"명절에도 좀 보고 싶다 이 놈 시끼야-"
설을 맞아 고향 집에 내려오니 아버지가 자조 섞인 한 마디를 날리셨다. 반가움과 서운함이 반반씩 담긴 온도다. 어여 앉아 먹어, 하고는 젓가락 가던 길을 마저 움직인다. 잠깐 아버지를 훑는다. 아직도 눈썹 언저리 어딘가 서운함이 보인다.
"아버지, 설과 추석 중 한 번만 집에 내려올게요"
"뭐하려고"
"젊잖아요. 조금 더 돌아다니고 싶어요. 직장인이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명절 때면 모를까."
"그래 알았어 인마."
"그래도 생신 땐 꼭 올게요"
"알아서 해"
5년 전,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집안의 장남이라는 놈이 한 말이었다. 물론 그놈은 나였다. 여행을 좀 가고 싶었다. 새해가 되면 달력을 펼쳐 들고 언제 떠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가장 탐스러운 날은 명절이었다. 그렇게 두 번의 명절 중 한 번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런 불효 막심한 놈이 뭐가 반갑다고, 명절 때면 늘 삼겹살을 구우셨다. 내가 오는 날은 삼겹살 두 근이 늘 부엌 한켠에 놓였다. 저 많은 걸 누가 다 먹나 싶다만, 모자라는 것보다는 낫다며 산 두 근이다.
꽁꽁 싸매 놓은 삼겹살은 마치 홍채 인식을 하듯 내 얼굴이 보인 뒤에야 내어졌다. 내려오느라 힘들었지? 등을 두어 번 두드린 뒤에야 삼겹살은 검은 봉지에서 해방된다. 불판은 이미 달궈졌다. 선홍빛의 한돈 생삼겹살이 제자리인 양 불 판 위를 오른다. 온 집안에 돼지고기 냄새가 퍼진다. 나는 점점 손님이 되어간다.
이상하리 만치 차가 막히지 않은 고속도로를 유유히 내려온 날, 삼겹살 한 점을 물고 생각한다. 아들이 손님이 되어선 안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