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세요?

흠칫, 놀라며 물었다.

by 조승현

나는 상당히 흥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멋진 춤을 추는 것은 늘 어렵다.


춤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춤을 추기 전에 어떤 음악인지를 판단한단다. EDM인지, 알엔비인지, 힙합인지. 그리곤 적절한 춤으로 몸을 흔든단다. 나 또한 음악을 섬세하게 듣는다. 마찬가지로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든다. 어떤 음악이던 한 가지 춤만 출 줄 아는 게 흠이지만.


돌아보면 춤에 공을 많이 들였다. 세 차례나 춤을 배웠다. 대학교에 막 입학해서는 '그래도 남자가 팝핀 정도는 출 줄 알아야지'하고 학원을 찾았다. 왕복 3시간도 넘는 곳이었다. 한 번을 배워도 제대로 배워야지, 했던 굳은 의지였다. 하지만 먼 거리는 한 번도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게으름이 열정보다 더 큰 탓이었다. 한 달을 엉성히 배우고 나니, 팔을 튕길 줄 아는 목석이 되었다.


두 번째는 동아리 었다. 소울을 찾겠다며 들었던 '흑인 음악' 동아리. 그곳은 마법 같은 곳이었다. 선인장 가시 같은 앙상한 몸의 선배도 마이크를 잡으면 자이언티였고, 마동석 같던 선배들도 춤만 추면 GD로 변했다. 그들에게 흐르는 Groove는 진정 할렘 어딘가를 떠돌았다.

선배들에게 바운스를 배웠다. 도저히 감을 못 잡겠다는 말에 그들은 답답한 듯 말했다. "발을 좀 가만 두고, 무릎을 튕겨봐!". 그 결과 나는 술집 앞 에어간판 같은 춤을 추게 되었다.

마지막은 힙합 댄스 학원이었다. 우연히 멋진 안무 동영상을 본 후였다. 동영상을 보는 순간, 그래 저거지!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카루스가 하늘을 처음 날게 되었을 때의 감격도 이에 가까웠을 테다.

동영상에 나오는 학원을 기어코 찾아내 방문했는데, 알고 보니 손꼽을 만큼 유명한 힙합 댄스 학원이었다. 무척 아름다운 강사님 덕에 열정이 배로 폭발했다. '박재범 기다려라!' 굳은 포부가 마룻바닥 위에 흥건했다. 그런데, 어째 가르쳐주는 안무가 여자들 안무에 가깝다. 준비 동작부터 골반을 돌리며 발을 땅에 끌었다. 어느 순간 나는 골반을 많이 쓰는 힙합퍼가 되어 있었다.


목석처럼 서서, 팔과 무릎을 튕기며 골반으로 나아가는 춤을 추는 나는, 꽤 당당하게 춤을 춘다. 그러면 담담하게 몇 마디가 날아온다. "고릴라 세요?". 고릴라라니. 내 상상 속의 GD와 박재범은 어디로 간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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