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의 낚자도 꺼내지 말아주게.

살아남아도 재미는 없어.

by 조승현

막역한 친구가 낚시를 좋아해서 종종 낚시를 위한 여행을 떠날 때가 있다. 나는 되도록 어떤 사실에 단정 짓지 않고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이지만, 과감히 결정짓고 싶은 원칙이 있다. ‘낚시에 특별한 흥미가 없는 사람이 낚싯대를 들고 장시간 빈둥대는 것만큼 지루한 일은 없다’는 것.

떡밥을 바늘에 채우는 것마저 재미있다는 친구가 낚싯대를 휘두를 동안, 나는 하품을 늘어내며 옆을 어슬렁 거린다. ‘어째서 잘 살고 있는 물고기를 기어이 유인해 코를 꿰는 거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초원 한가운데서 죽창을 들고 하이에나와 맞서 싸우는 것과 달리,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니 그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지루한 건 어쩔 수 없다. 휙, 낚싯대가 가르는 바람 소리와 연신 웃는 친구의 웃음소리만이 주변을 뒹구른다.


제주에서 배를 탈 때 나는 처음부터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쩌다가 선상 낚시까지 하게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낚시는 영 싫어도, 배 타는 건 즐거워 보여서 단박에 오른 게 화근이었다.하지만 이미 배 위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음을 다잡는 일뿐이었다. '1시간이면 끝나겠지, 그동안만 잘 버티자'.

배를 탄 김에 낚싯대도 몇 번 성의 없이 던져봤지만 역시 재미는 없었다. 이따금 올라오는 작은 생선들은 손 맛도 없거니와 어떤 종인 줄 도 몰랐다. 그저 점점 높아지는 파도를 간간히 바라보며 '음, 심상치 않군' 할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이 10분에 한 명씩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파도가 좀 있네요"하고 말한 선장님의 말과는 상황이 달랐다. '좀'으로 포장될 만한 파도가 아니었다. 돌아보니 남은 것은 나 혼자였다. 낚시를 부르 짓던 친구들은 멀미에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배안에 마련된 작은 골방에 쪼르륵 누워있었다. 흡사 오징어 튀김을 쌓아놓은 것처럼. 선장 할아버지가 배 안을 휙 보다니 말을 걸었다.


"아이고, 다 뻗었네- 총각만 살았어."

"그러게요"

"대단 혀, 그럼 정리 좀 부탁해~"

"네?"

"저기 널브러진 것들, 자네 친구들 꺼 아닌가?"


모두가 쓰러진 배 위, 홀로 낚싯대와 낚시 줄 따위를 치우며 분통했다. 파도와 요동으로 가득 찬 배 위에서 친구들의 짐을 정리한다. 잡은 고기는 내가 낚은 새끼손가락 만한 잡어들이 전부다. 혼자 멀쩡히 배 위에 서서, 할아버지의 엄지 척을 받은 뒤 낚싯대 따위를 치우는 장면이라, 하.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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