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요리
요리를 좋아하시는지?
누군가 물어 “자취를 한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하고 답하면 종종 확신하며 대답한다. “우와, 그럼 요리를 꽤 잘하시겠어요!”. 자취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자취 기간과 요리실력은 결코 비례하지 않다는 걸.
어렸을 적 요리 경험이라곤 어머니 생신 때 끓여본 미역국이 다였다. 미역국을 만들면서 나는 여러 번 당황스러웠다. 물을 만난 말린 미역은 헐크처럼 거대한 초록 괴물이 되었고, 살짝 볶아서 넣으면 좋다는 소고기는 팬에 넣자마자 타버렸다. 끓일수록 텁텁한 맛을 뿜어 내는 섬뜩한 미역국이었다. 생신날 아침, 어머니는 내가 끓여놓은 미역국을 보고 말하셨다. "어머! 아들내미가 끓여주는 미역국, 정말 맛있네!". 그러곤 간장과 조미료를 넣고 간을 다시 맞추셨다. 그날 이후, 요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위험한 욕구가 타오른 것은 자취를 시작한 후였다. 이것저것 해보겠다며 마구 볶아댔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간단한 볶음에서 시작한 요리는 크림 스파게티와 봉골레 같은 숙련된 스킬이 필요한 요리에 까지 다달았다. 계란을 굳이 텀블링시켜 뒤집는 허세를 내뿜을 때쯤이 돼서야 룸메이트가 말했다. “네 요리는 늘 신기한 맛이나”.
이 말은 멱살 잡고 대한민국 쿡방을 이끌고 있는 백종원 대표의 시식평을 떠올리게 한다. “참 재밌는 맛이네유”. 맛이 없다는 뜻일까? 적어도 친구의 의도는 그 뜻인 게 분명하다. 한때 송정동 백 주부라며 너스레를 떨었던 적도 있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요리는 참 쉽지 않다.
티브이쇼에 나오는 요리사들의 대화는 가끔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하, 설탕 대신 매실청을 사용할 생각이고요,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맛있는 소스를 만들 겁니다.” 그들은 ‘이것저것 적당히’를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재료가 부족하면 다른 재료로 대체한다. 도대체 먹어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예상하는 걸까? 마구 섞인 물감들 속에서 원하는 색만 쏙쏙 빼내는 것보다 훨씬 대단해 보인다.
"자 여기 밝은 별 보이시나요~? 이 별은 처녀자리의 스피카구요, 이것보다 쪼끔 밝은 이 별은 사실 목성이랍니다"
"아니 선생님, 선생님은 다 똑같이 생긴 이 별들을 도대체 어떻게 구분하세요?"
"아... 밥 먹고 하는 게 별 보는 일이라..."
"다 그 별이 그 별 같은데...!"
꽃 봉오리가 아이들 미소처럼 퍼지는 봄날, 한 아이가 내게 요리사 같다고 말했다.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별들을 이리저리 볶아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꼭 요리 같다고 했다. 타닥타닥 도마를 두드리며 맛을 내는 요리사와 지잉지잉 레이저를 쏘아대며 별을 구분하는 강사가 밤하늘 아래 겹친다. 한쪽은 어둠 속에서, 한쪽은 불 앞에서 능력을 쏟는다. 먹고사는 일이라 별을 아는 사람과, 먹고사는 일이 품격 있도록 만드는 요리사의 삶이 다가선다.
별 요리사, 아름다운 단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어를 보며 소원한다. 별을 보는 사람들의 먹고사는 일이 품격 있기를. 더불어 진짜 요리도 조금은 더 맛있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