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청년이라 우기는 청년들,

그때가 좋았지, 하고 말한다는 것.

by 조승현

오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아주 어렵고도 행복한 일이다. 뭔가 뒤틀린 형용사 같지만 실제로 그렇다. 만나기까지는 정말 어렵고, 그다음부터는 무척 행복하기 때문이다.


S와 A는 대학 생활을 통째로 함께 살았던 대학 동기이자 룸메이트다. 우리는 군대를 갓 전역하고 세상 모든 것이 꿀처럼 흐를 때 만났다. 그러나 생활까지 그런건 아니었다. 전기세가 무서워 무더위를 선풍기와 냉수 샤워로 맞섰고, 바퀴벌레의 벽지 갉는 소리를 매미 울음처럼 들었던 날들이었다.


"야 우리는 군자동 60-25호에서도 살았으니, 세상 어디에서 살 수 있을 거야 그렇지? "


우리는 이따금 과거를 떠올리며 서로를 치하했다. "그러게, 지금은 못살지" 하며 쓴웃음을 뱉다가도,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하며 과거를 들이켰다.

모두가 떨어져 살게 된 무렵, 우리는 제각기 취직을 했다. 영 다른 곳에서, 영 다른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언제까지 한 집에 살 수 있을까, 했던 순수한 고민들은 취업과 함께 흩어졌다. 떠나는 날 우리는 별다른 작별인사도 하지 않았다. "야, 어차피 맨날 볼 건데 뭔 인사야, 간다". 쿨한 인사로 헤어진 세 청년이 다시 만나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만나려면 한 달을 미리 앞세워 날짜를 잡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우리는 늘 가까이 있다고 느낀다. 진하게 칠해진 세월이 뜨문뜨문 만나는 날의 간격을 곧 잘 칠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흘에 한 번 생존 신고 정도의 카톡을 하면서도, 1년에 한 번쯤 보면서도, 어젯밤 만난 것 같은 이유다.


매일 밤 얼굴을 맞대며 자던 세 학생은, 아직도 '청년'이라 우기며 밤을 지새운다. 지난날엔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소곱창을 가볍게 선택하며 말한다. "그때가 좋았지". 우리는 현재에 살고, 현재에 만족하지만, 적어도 말 만은 그렇게 뱉는다. 우리의 추억을 소중히 다루는 달콤한 거짓말이기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덜 머물기는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