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지러 갑니다.

대구로...

by 조승현

"대구에 가자"

"대구!? 대프리카!?"

"응, 너도 다음 주에 휴가잖아"

"아니, 더위 식히라고 있는 휴가를 왜 대구에 써야 하냐고"

"그냥 좀... 가자!"


S는 적당한 핑계를 찾지 못했지만, 꼭 대구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니 이게 무슨 동남아에서 사우나 가는 소린가. 대구라면 그 시청 앞에 계란 프라이 조형물이 천역 덕스럽게 있는 프라이팬 같은 도시가 아닌가. 이 더위에 대구라니. 그것도 7월 말에. 달궈진 불판 위에 발을 딛고 싶어 하는 친구의 속내는 무엇일까.


태양이 잘못된 건지, 지구가 잘못된 건지 날이갈 수록 날씨가 요지경이다. 땅에선 습기가, 하늘에선 더위가 쏟아진다. 찜 솥이 따로 없다. 경기도 여주의 온도계가 40도를 찍었다는 뉴스를 본 날엔 '사람도 쪄질 수 있겠구나' 싶더라는. 하늘을 여러 번 올려다보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뚜껑을 원망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추위보다 더위가 더 싫다. 추우면 껴입을 수 있지만, 덥다고 다 벗을 수가 없다. 차갑게 나오는 에어컨의 칼바람도, 한 순간의 방심이 몇 주를 후회케 하는 자외선도 싫다. 맘에 드는 구석이라곤 아이스크림이 조금 더 맛있어진다는 것 정도? 그래서 나는 부산보다 파주가 좋고, 라스베가스보다 옐로나이프(캐나다의 오로라 관광지, 겨울철 평균 온도 -30도) 가 좋다. 대구는... 모르겠다.

"3시간이면 도착하네!"

"도착이 문제가 아니라고... 오늘 해가 쨍쨍하다고!"

"괜찮아, 설마 죽겠어~"

"그래.. 막창 무한 리필이다!"

"좋아 가자!!"

"악!"


어디선가 들었는데, 남자는 호기심과 정복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상한 생물체란다. 이를테면 '괜찮을까?', 하는 위험천만한 것들을 해내고 나면, '해냈어!' 하며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남자의 수명이 짧은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나 뭐라나.

S는 3시간 내리 운전을 하고 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대구로 가는 이 순간에도 철을 맞아 뛰어오르는 제주의 고등어처럼 걱정이 솟는다. 남들이 하지 말라는 짓을 굳이 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우리는 남자고, 누군가 말하는 그 빌어먹을 호기심이 핏속에 흐른다. 40이라고 쓰여있는 자동차 온도계와 마주하며 생각한다. 이 여행, 정말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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