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면서 왜 환상적이죠?
"노래 진짜 좋은 바 있던데, 형 거기 갈래?"
"그래? 클럽이야?"
"아니, 그냥 바야"
"오~ 가자!"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숨길 것도 아니므로 당당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술을 좋아하고, 춤을 추는 것을 즐기며 RnB를 미친 듯이 사랑한다. 맘에 드는 바에 가는 날이면 테이블은 그대로 무대가 된다. 일부러 구석 테이블을 잡고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누군가 고릴라 춤이라고 평했던) 춤을 신나게 춘다.
그러면 혹자는 '완벽한 클러버네요'하겠지만, 사실과는 영 다르다. 클럽은 도무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술과 춤은 있지만, RnB가 없어서.
이는 삼겹살과 상추는 있지만 쌈장이 없는 것과 같은 심각한 문제다. 만약 "저희 집은 쌈장을 취급하지 않아서, 맨 고기만 드셔야 합니다" 하고 말하는 삼겹살집이 있다면 채 한 달이 못가 망하지 않을까? (이는 철저히 취향에 관한 문제이므로, 클럽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무튼 나에게 RnB는 김밥의 김보다, 비빔밥의 고추장보다 더욱 중요하다.
세상에는 나랑 똑같은 취향의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4살 차이 나는 동생 K다. 그는 종종 "형, 진짜 괜찮은 바 알아왔어" 하며 지도를 들이민다. 짙은 RnB가 나온다는 뜻이다. '괜찮은 바'에서의 밤은 유난히 짧다. 아침이 서둘러 고개를 내민다. 마치 Bar의 안과 밖을 기준으로 시간이 다르게라도 가듯, 음악에 취해 쉬이 새벽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흠뻑 흘린 땀으로 하루를 칠하고 다가올 내일을 취기로 장전한다. 가끔 이런 일탈은 괜찮지 않나요?
종종 "우리는 음악 없는데서 먹어야 돼" 하고 말하지만, 세상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가 구해오는 '괜찮은 바'들은 그저 괜찮은 정도로 수식되기엔 너무 완벽하고 세련되었으니까.
오늘도 우리는 "하, 무지하게 먹었네"하며 새벽의 무게를 영수증으로 가늠한다. 세상에, 새벽이 이렇게 무거웠다니... 가벼워진 지갑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열렬히 기다린다. 또 그가 '괜찮은 바'를 구해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