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머물기는 어려워...!

여행 말이야

by 조승현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골치 아픈 것은 역시 시간이다. 그것도 귀국 시간. 신나서 떠난 여행이지만, 귀국은 곧 출근을 의미하므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 도착해야 여독을 풀고 현실로 사뿐히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하루 전? 이틀 전?

직업 특성상 나는 출근이 늦다. 오후 세시. 게다가 연차를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마련한 여행 일정은 당연한 욕심을 동반한다. 하루라도 더 있다가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 것이다. 그러다 출근이 오후인 게 떠오르면 고민을 시작한다.


출근하는 날 아침에 돌아와도 괜찮지 않을까?


여러 번 경험한 결과, 분명히 괜찮지 않다. 아침 비행기로 돌아와 출근 한 날이면 여독이 풀리지 않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스스로의 상상력이 '이번 여행은 아침에 돌아와도 될 거야. 요즘 체력 좋잖아'하고 말하지만, 막상 돌아오는 날엔 '뭐야? 체력이 전혀 좋지 않잖아'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믿을게 못된다.

게다가 휴식과 일의 시공간적 괴리도 나타난다. '오늘 아침만 해도 오사카에서 라멘을 먹었는데, 회사라니!'하는 괴성이 깊은 단전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온 날엔 8불쯤 주고 먹은 질 나쁜 햄버거 마저 그리웠다.


그럼에도 떠나는 이유는 훗날 돌아봤을 때의 아쉬움 때문이다. 젊을 때, 조금 더 오래, 많은 것을 경험할걸... 하는 후회는 하기 싫다. 그러니 지금의 체력을 깎아서 미래의 후회를 지우는 것이다.

a7e806b0acdd3b9ef64cf7b5d63c5a12.jpg


채사장의 저서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떤 이는 가까운 미래를 현재로 당겨와 살아가고, 다른 이는 아주 먼 미래를 현재로 당겨와 살아간다." 이를테면, 취준생은 가까운 미래의 취업을 위해 바쁘고, 혹자는 퇴직 후의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40대부터 준비하는 식이다.


나는 어떤 시간을 살아야 할까. 가까운 미래를 걱정하며 일찍 돌아와 여독을 풀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미래의 아쉬움을 잠식하고자 며칠의 체력을 소비해야 하는 걸까. 나는 오늘도 비행기 표를 알아보며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물론, 좀 더 싼 표를 택할 것 같긴 하지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휴식은 얼마짜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