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식은 얼마짜리인가.

보다 - 김영하

by 조승현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20여 년 전 유행하던 러브하우스의 식당 편이랄까. 제작진은 백종원을 필두로 어쭙잖은 식당을 손본다. 망치로 뚜닥 뚜닥하던 20여 년 전의 러브하우스와는 다르게, 그들이 고치는 것은 맛과 절차다. 식(食)당에 걸맞는 모습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어느 봄날, 백종원은 무조건 많이 퍼준다는 국숫집 사장에게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무조건 많이 준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이 음식을 대접하면 얼마나 남는지 정확히 따져보는 게 중요해요."


폭리는 안되지만 최대한 많이 남겨야 한다고 눈을 부릅뜨며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장사라는 것이 본디 '수익'을 위해서라지만, 음식을 대하는 '진심'을 첫 번째로 치부하는 그가, 그것도 공중파에서, 더 '친절' 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건넨 말이 남아야 한다니. 사장도 의외의 잔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말아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종원은 큰 소리로 말을 잇는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이 한 그릇을 대접하고 1000원이 남을 때와 3000원이 남을 때의 기분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1000원보단 3000원으로 보일 때 비로소 친절할 수 있어요."


그는 박리다매, 가식적인 친절보다 적당한 가격과 그에 기인한 친절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천 원으로 보이느냐, 삼천 원으로 보이느냐에 따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며. 그러게, 그러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천원샵의 직원을 마주할 때와 부동산 아주머니가 날 대할 때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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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의 에세이 <보다>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소득이 높으면 휴식의 가치도 덩달아 치솟는다. 하루에 천만 원을 버는 성형외과 의사에게는 하루의 휴식이 천만 원짜리가 된다. 반면 하루에 십만 원을 버는 노동자에게 하루의 결근은 십만 원짜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고소득자 중에 일중독자가 많다"


한 인간이 보내는 반나절 짜리 휴식에도 돈의 가치가 매겨진다는 게 서글프지만, 틀리지 않다. 적어도 '물질'에 있어서는 그렇다. 나는 오늘 나를 3000원쯤으로 봤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만원쯤으로 맞이했을 주유소에 들러 생각한다. 나는 얼마짜리 인간으로 살고 있는가. 내 휴일은 얼마짜리일까. 하루에 1000만 원을 번다면, 나는 쉴 수 있을까?

'돈'은 일주일에 고작 하루쯤 되는 휴식을 파멸시킬 정도로 강한 힘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도 나는 여전히 시간을 죽이며 휴식을 지켜낼 것이다. 마치, 돈에 대해 반란을 제기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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