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는 어디로
“짜미가 다가오고 있대요!”
“짜미가 뭐야?”
“일본으로 오고 있는 태풍이요”
“언제?”
“우리가 출국하는 날에요”
“뭐라구?”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여섯 달 전부터 동료들과 함께 계획한 별 여행이었다. 일본에 아주 멋진 사구가 있다며, 16km에 달하는 거대한 사막 위에 쏟아질 별을 기대한 여행이었다.
장소를 정하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보홀, 괌, 사이판, 몽골. 별을 볼 수 있는 곳을 쭈욱 나열해 놓고는 사다리를 한 번, 제비뽑기를 한 번, 다수결을 한 번. 어설픈 후보들에 애번 투표용지를 괜히 구김질 했던 시간이었다. 결정이 되어도 다들 쓴웃음으로 결과를 흔들었다.
그러다 숨은 진주처럼 발견한 장소가 ‘돗토리 사구’였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과 이에 대치한 듯 마주 선 바다, 그 위를 수놓은 은하수를 본 순간 우리는 모두 외쳤다.
‘여기다! “
그런데 10월이 다되어서 나타난 태풍 때문에 여행이 휘청댄다. 이번에 나타난 ‘짜미’는 지난달 오사카 공항을 날려버린 태풍 ‘제비’보다 더 세단다. 짜미... 짜미... 짜증이 밀려온다. 결국 우리는 출발을 하루 앞두고 우리는 여정을 바꿔야 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시간이 별로 없었다. 5개월 동안 짠 계획이 무색하게, 하루 만에 모든 것을 정해야 했다. 장소, 비행기, 숙소까지. 그 긴박한 시간 동안 우리의 호흡은 환상적이다. P는 비행기, S는 제주항공, K는 숙소, H는 렌터카, 나는 현지 업체. 예약해놓은 일본 여행의 모든 것들을 취소하고, 나트랑에서의 것으로 다시 예약하기 시작한다. 흡사 통신사의 고객센터처럼 모든 이가 검색화 전화로 분주하다. 활활 타던 여행 계획을 각자 맡은 부분만큼 꺼트리기 시작한다.
"아니 이렇게 태풍이 오는데 취소가 안된다니요!"
"이런 날에도 놀이공원을 이용하라는 말씀인가요!?"
"자연재해라는 게 있지 않나요?"
과거의 불은 <취소 수수료>라는 거대한 잿더미를 남긴 채 꺼져갔다. 차가 날릴 정도라는 태풍 '짜미'도 취소수수료를 날리진 못했다. 짜미가 약한 걸까 취소 수수료가 센 걸까.
쌓아놓은 무언가를 뒤엎는 것은 타당한 이유와 관계없이 아쉽다. 그것이 여행이든, 관계든, 목표든 말이다. 어쨋거나 5개월 동안 세운 계획은 두 시간 만에 엎어졌다 .200만 원을 공중에 버리고 증명한 우리의 팀워크는 과연 추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