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 천문대에
8월의 마지막 수요일이었다. 그 날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게 분명했다.
처음 보는 수치가 일기 예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간당 70mm, 총 합 250mm의 폭우였다. 늦은 밤, 천문대 근처론 별 빛은 고사하고 사람 한 명 지나지 않았다. 바로 옆의 개천 하나만 몸집을 공룡처럼 불려 세차게 흐를 뿐이었다.
"그만 퇴근하자, 비가 너무 많이 오네"
"비도 오는데, 파전에 막걸리나 한 잔 할까요~?"
"이 정도로 많이 오니, 겁나서 못 가겠다. 나는 오늘 천문대에 남을게”
자정을 30분 남겨두고, 차 세대가 줄줄이 천문대를 빠져나갔다. 좁은 길을 졸졸 따라가는 게 꼭 개미 세 마리가 뒤꽁무니를 이어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바짝 긴장한 모양새였다. 간만에 분주한 와이퍼도 들이 붇는 비를 치워내기엔 버거워 보였다.
그들이 떠나고 10분 뒤, 비를 흠뻑 뒤집어쓴 직원 P가 들어왔다. 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P는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팀장님 차가 침수됐습니다."
천문대는 불빛을 피해 골짜기에 있기 마련이고, 때문에 길이 연약한 편이다. 그 위로 사상 초유의 폭우가 쏟아지자 길에 물이 가득 차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위쪽 산에서 폭포처럼 내려온 물이 차를 덮쳤다. 결국 앞서 가던 K팀장의 차가 덩그러니 빠져버렸다.
"차가 물에 빠져 안 움직이니까 내리려고 문을 열었지, 그런데 물이 막 쏟아져 들어오더라니까?"
"아니 도대체 거긴 왜 들어간 거예요"
"암흑이야 암흑, 아무것도 안보였어!"
다행히 직원들은 모두 무사했다. 다만 K팀장의 차가 길을 막아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모두 천문대에서 밤을 지새야 했다. 비 오는 날 파전을 떠올리며 밖으로 향하던 직원들은 굶주림에 울부짖었다. 차가 빠져있는 상태로 '일단 후퇴'한 K도 슬픔에 울부짖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늘 간식이 넘쳐나는 천문대에 간식이 똑 떨어졌다. 그나마도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비스킷 한 봉지가 전부.
그 한 봉지를 조심스레 깐다. 사람은 여섯 명, 비스킷도 여섯 조각. 잠깐 이루어진 눈치싸움을 접는다. 그리고 사이좋게 한 개씩 나누어 갖는다. 비스킷 한 조각을 햄스터처럼 갉아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것도 추억이겠지,
근데 왜 이렇게 웃기냐.
K팀장님, 아까 멋졌어요, "오지 마!!!!!!!! 돌아가!!!!!"
P는 아까 물을 흠뻑 뒤집어쓰고 들어왔는데, 물귀신인 줄 알았다고
근데 진짜 먹을 거 더 없나?
까르르, 까르르.
사상 최대의 폭우는 끝을 모르고, 물을 잔뜩 머금은 K의 차는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별과 함께하는 나의 사람들은 이 순간에도 웃는다. 파전과, 퇴근을 행복하게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