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근, 나도 갖고 싶기는 한데

by 조승현

키 178에 몸무게 80. 건장한 체격, 탄탄한 가슴과 허벅지를 가진 체형. 그러나 나이와 함께 조금씩 나오고 있는 뱃살. 내 몸의 현주소다.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예쁜 몸매'를 가졌다. 멋있다거나 섹시하다는 말 대신 '예쁘다'는 말로 표현된 수준의 몸매이니 그 수준을 알만하지만, 그 정도의 칭찬도 큰 위안이 된다. 뭐, 그녀만 좋다면 나도 좋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좋아하는 바가 분명한 사람이다. 표현도 아주 선명하다. 내 몸매에 만족하지만 그래도 '복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면 마냥 좋다고 하던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 복근에 대한 취향이 뚜렷하다.


그렇다고 억지로 운동을 강요하진 않는다. 야식을 먹는다고 눈치를 주지도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커플이라 한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강요하거나 그를 위해 간섭한다면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커플이니, 혹은 결혼을 했으니 괜찮을 거야' 하는 논리로 내 짐을 떠넘기지 않는 것. 그것은 누군가와 관계할 때 만족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러니 내 복근은 온전히 내가 만드는 것이 맞다.


"오빠, 이거 뭐야~?"

"으익! 뭐야, 배 만지지 마!"

"왜, 그냥 귀여워서 그런 건데!"

"창피해, 하지 마...!"


그런 면에서 그녀는 꽤 괜찮은 방법으로 복근을 재촉한다. 종종 배를 기습 공격하는 것으로 '복근'에 관한 그녀의 취향을 상기시킨다. 물론 조금씩 접히기 시작한 뱃살을 누구처럼 '덕' 이라며 가지고 있어도 된다. 내 복근은 내가 만드는 거니까. 그러나 뱃살에 남은 감촉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 그러면 그날 밤은 여지없는 복근 운동 한 판이 벌어진다.


"아직 멀었지만, 복근이 조금씩 오고 있어!"

"아래쪽의 뱃살은 아직 귀여운걸~?"

"맥주를 끊어야 하나...?"


물론 끊지 않아도 된다. 내 복근은 내가 만드는 거니까. 하지만 아랫배를 꼬집는 그녀의 손가락은 조금 더 힘내는 것이 좋겠다고 강하게 채근한다. 아쉽지만, 냉장고 안의 맥주에 괜히 찬 시선을 보낸다.

한편으론 억울한 게, 하필이면 복근이 다 사라진 다음에서야 그녀를 만났다는 것이다. 한참 아마추어 선수로 복싱을 하고 있을 땐 "우와, 정말 멋진 복근을 가지고 계시네요" 하는 소리를 하루에도 수어 번 들었다. 군대에서도 가슴과 팔은 빈약한 반면 어깨와 복근으로 선임들에게 감탄을 사곤 했다.

그러다 가슴과 팔 근육을 좀 키워보고자 유산소를 그만둔 순간 순식간에 뱃살이 덮이더라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복근 정도쯤이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먹어도 쉽지 않게 되어버린 후다.

숙제처럼 받아 든 복근은 아직도 미제의 사건처럼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완벽한 복근을 가지게 된다면, 그녀에게 달려가 자랑스럽게 칭찬을 요구하겠다. 결국 복근은 내가 만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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