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될 수 있을까?

10살 어린 패기

by 조승현

"Can I play the music with my phone?"

"네, 그러세요"

"엇! 한국인이세요?"


눈이 이따금 흩날리던 겨울, 우리는 오사카의 한 호스텔에서 만났다. 노래를 틀어도 되겠냐며 같은 공간에서 양해를 구하던 참이었다. 여행은 마치 여의봉 같아서 인내심도, 용기도 부쩍 늘어나게 해 준다. 덕분에 생면부지의 호주 인 두 명과 열 살 어린 동생이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이다.


"정말 신기하지 않아?."

"맞아요. 여행에서 만나 꾸준히 친하기는 정말 어려운데, "

"이게 다 서윤이 때문이야"

"저 때문이요?"

"그래, 부산에 살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우릴 보러 오겠다는데, 누가 빠질 수 있겠어!"

"에이, 언니 오빠들이 시간 내서 만나 주시는 거죠."

우리는 무척 달랐다. 한국어를 곧잘 하는 호주인 두 명은 모든 것에 쿨했지만 둘만의 세계가 있었고, 10살 차이 나는 동생은 강산이 한 번 변했을 문화 차이를 두고 있다. 일하는 분야도 방식도 모두 다른 '남'인 것이다. 그런 사람 여럿이 모여 술을 먹고 있다니.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유독 자신 없는 것이 있다면 친구를 사귀는 일이다. 어렸을 적엔 같은 시간에 놀 수 있다는 것 하나로도 친구가 되었는데, 지금은 많은 것들에 이유를 달게 된다. '쟤는 좀 고집이 세 보이는데', '쟤랑은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너무 어리잖아' 등등. 상대가 거절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어이없는 선을 긋는다.


첫 만남으로부터 두 번이나 돌아온 겨울의 초입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다르고 바쁘다. 두 호주인 중 한 명은 방송 활동에 열심히고, 다른 한 명은 영어 수업으로 투잡을 뛴단다. 10살 어린 동생은 일본으로 떠났다. 나만 변할 것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각자의 세상에서 분주하지만, 우리는 이따금 만난다. 만날 때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지겨운 탄성을 새롭게 지른다. 아직도 어째서 우리가 만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저 모임에 앞서 일본에 거주하는 서윤이가 입을 열었을 뿐이다.


저 이번에 한국 들어가는데
우리 만나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는 이유는 아마도, 10살 어린 서윤이 때문일 것이다. 만남이란, 어쨌건 누군가 한 걸음 다가서야 가능한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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