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럽지만 무거운 호칭
호칭은 누군가를 담는 그릇이다. 멀끔한 교수님도 어린아이에겐 평범한 아저씨가 되고 병원에선 유약한 환자로 불린다. 어떻게 부르냐는 늘 고민이 된다.
"네, 천문대입니다"
“천문대 예약을 좀 하고 싶어서요.”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통화하시는 분을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대장님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대.. 대장님이요?”
세상에는 많은 대장이 있다. 어린 날 골목을 주름잡던 골목대장이 있고, 대한민국 군대의 가장 높은 계급도 대장이다. 별을 무려 네 개나 달고 있다. 가수 박효신도 대장님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팬클럽인 <소울 트리>의 대장 나무란 닉네임 때문이지만 그를 대장으로 여기는 팬들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대장이란,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존재의 이름이다.
하지만 천문대의 대장과는 의미가 다르다. 학교의 교장, 학원의 원장처럼 천문대의 장이기에 대장이다. 기상대나 소방대의 대장과 같다. 그러니 천문'대' 임을 생략하고 ‘대장입니다.’ 하면 쉽사리 오해가 생긴다. 간혹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대장~? 크큽, 무슨 햄토리야?”
“아 그게, 천문대라서 대장인 거야. 그렇다고 천문대 대빵입니다, 할 순 없잖아”
“맞는데, 웃긴 걸 어떡해. 하하.”
나의 오랜 친구 A는 대장이 되었다는 말에 축하와 함께 비웃음도 얹어주었다. 나는 그 웃음을 받아 들고 잠깐 웃다가 금세 쓴맛이 느껴져 단어를 탁 하고 뱉었다. 삼켜지지 못한 단어 주변은 온통 어지럽다. 비웃음을 산 단어 주위로 많은 것들이 두서없이 차갑게 돈다. 다섯 명의 직원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사는 비로소 한 회사의 대표로서의 무게감을 어깨 위에 놓는다.
별을 바라보았던, 강사로서의 삶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별빛을 쐬는 일은 청청한 여름밤 대청마루에 누워있는 것 같이 편안했다. 그러나 이젠 대장으로, 한 회사의 대표로 천문대에 서있다. 햄토리 같은 우스꽝스러운 단어 위의 청년은 아직도 어지럽다.
나는 대장이 될만한 사람인가. 어지러운 사이로 그 물음이 끼어들자 세상은 고요하다. 오로지 그 무거운 질문만이 어둡게 주변의 빛들을 삼킨다. 대장의 머릿속은 밝고 어둡기를 반복한다. 대장의 요일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