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아이가 갖고 싶어”.
스물아홉 살, 오랜 동생 J는 아이를 갖고 싶다며 진지하게 말했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스물일곱에 결혼하면서도 아이 생각은 전혀 없다던 J였다.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J는 1년 전 직장을 옮겼다. 좋은 기회였다. 팀장이라는 직함도 얻고, 집도 새로 구했다. 약간의 새로움을 손에 쥐며 싱그러운 꿈을 부풀였다. 곧 다가올 행복을 입에 걸고 맑게 웃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갑자기 얻은 직책은 버거웠고 책임은 그녀를 짓눌렀다. '행복'은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았고, 꿈도 점차 흐릿해졌다. 어느 순간 J는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출근은 화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매일 회사에 가면서, 매일 회사에 가기 싫었다. 그러면서도 매일 회사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막상 도착하면 또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해내면서도, 출근은 고통스러운 책임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매일을 버티다 보니 나중에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 지도 잊을 지경이었다. J는 떠올렸다. 떠나고 싶어. 아이를 갖고 싶어.
만약. 만약이라는 것은 선택의 반대편에 주어진 부스러기다. 만약, 내가 아이를 갖는다면. 만약, 내가 지긋지긋한 회사를 던져 버린다면. 음식점과 다르게 우리의 삶은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결국 모든 선택에는 선택받지 못한 ‘만약’이 남는다. 만약 이 일을 그만둔다면, 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출근을 그만 두지 못한 것처럼. 그렇기에 만약은 나의 답을 말해준다.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답.
J는 아직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다. 새카매진 마음을 품고도 묵묵히 일한다. 아니 견딘다. 언제쯤 이 시련이 지날까, 왜 나에게만 이렇게 가혹할까, 라는 물음만 요동친다. 그녀의 ‘만약...’은 아직 출발선을 찾지 못했다.
J는 곧 무언가를 선택할 것이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점쟁이도 알 수 없다. 일을 그만두고 덜그럭거리는 마음을 여행으로 치유할 수도 있고, 어두운 마음으로 일하며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저 아이와 행복하게 될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결국 택하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만약... 그랬다면’을 떠올릴 것이다.
많은 물음과 불안함이 J의 하루를 감싸도 주변인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뚜벅뚜벅, 그녀에게 위로를 전달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녀의 어떠한 선택도 나는 응원할 것이라는 것이다. 후회와 만약이 끊임없이 손짓하고, 해가 지고 달이 내려앉는 순간마다 고민을 묻히는 J에게, 나는 가만히 응원을 덧바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