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앗아간 직책
가수 박진영은 매년 콘서트를 연다. 요즘은 트와이스와 수지를 키워낸 제작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정상급 가수였다. 비닐 바지를 입고 청와대에 등장한 일화는 다시 생각해도 쇼킹하다. 따지고 보면 그는 프로페셔널했을 뿐이다. 가수로서 초대받은 곳에 무대의상을 입고 나타난 그의 용기와 배짱은 멋지다. 재미도 있고.
작년, 그의 콘서트에 갔을 때 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새 50에 가까워진 나이였다. 게다가 하필이면 댄스가수였다. 적당히 발라드 가수였으면 좋았으련만, 그의 히트곡들은 하나같이 몸을 세차게 흔들어야 하는 것들 뿐이다. 아직도 매일 아침 한 시간씩 목을 풀고, 헬스를 한다는 그는, 이제 막 경기를 마친 복싱선수처럼 거친 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아직도 제작보다 춤추며 노래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저는 죽을 때까지 여러분 앞에서 공연할 거예요”
천문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주 업무는 수업이다. 하지만 대장은 수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조금 적극적으로 변명하자면 할 시간이 적다. 어떤 기관이나 회사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는 관리를 해야 한다.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들의 역할이 그렇듯 대장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경영을 해야 하고 세무를 책임져야 한다. 어디 부서진 곳은 없는지, 망원경에 문제는 없는지 항상 살펴야 한다. 천문대로 향하는 끊임없는 문의와 컴플레인도 마주해야 한다. 수업을 좋아하지만 책임이 주어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관리자의 역할만 하게 된다. 하지만 대장도 강사다. 강사는 역시 수업을 해야 한다.
천문대 강사들은 연구하는 시간이 많다. 어떻게 하면 밤하늘의 신비를 즐겁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밤하늘에 꼭 꼭 숨어있는 천체를 망원경으로 능숙하게 찾기 위해 연습하고, 몇 년을 외워도 낯선 별 이름들을 외운다. “쌤 저 별은 뭐예요~?” 하는 질문에 “글쎄...”하고 답하기 싫어서다. 더 쉬운 설명은 없을까 책을 읽고, 새롭게 들려줄 이야기는 없을까 영문 뉴스를 뒤적인다.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말해줄 재미난 얘기라도 생각나면 어린아이처럼 흥분하며 수업이 가까워 오기를 고대한다. 가수는 노래할 때 행복하듯이, 강사는 수업을 할 때 행복하다.
수업을 주로 하던 강사가 대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결핍이었다. 아이들과 별을 보는 일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낯설게 짊어맨 대장 직함은 수업을 앗아갔고, 빈자리에 책임을 한 움큼 얹었다. 젊은이에게 대장은 덜 행복한 일이었다.
에디슨은 회사의 대표가 되어서도 연구를 계속했으며, 성룡은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꾸준히 배우로 출연했고, 박진영은 JYP의 대표로 있으면서도 매년 콘서트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자신의 분야는 책임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진짜 강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