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집착하는 대장

나는 꼰대인 것 같다.

by 조승현

"성관아, 낮에 뭐했어~? 운동했어~?"

"그럼요, 오늘도 어깨 부셨죠"


“소연이는 오늘 뭐했어~?”

“저도 오늘 피아노 치고 왔어요-“


나는 직원들의 사생활을 잘 캐묻는다. 주말에 뭐했는지는 딱히 관심 없다. 출근하는 낮에 뭐했는지만 종종 묻는다. 별을 봐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출근이 늦기에, 천문대에 이르기 전까지의 하루가 궁금한 것이다. 밥은 먹었는지, 운동은 갔는지, 책은 좀 읽었는지.

세상에 이렇게 뻔뻔한 말이 어디 있담. 사생활을, 잘, 그것도 캐묻는다니. 요즘 시대에 사생활은 금기에 가까운 영역 아니던가. 하지만 발끝이 간지러울 정도의 뻔뻔함을 느끼면서도 묻는다. “오늘 운동했어?”. 아무래도 나는 꼰대인 것 같다.


물론 이유는 있다. 그들이 무엇을 했으면 좋겠어서, 낮을 잘 살았으면 좋겠어서 그렇다. 천문 관련 직군은 퇴근이 늦다. 밤 12시에 일을 마친다. 모두가 열렬히 꿈속을 헤맬 때가 되어서야 회사를 떠난다. 늦은 잠은 늦은 아침으로 이어진다. 느지막이 점심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나면 또다시 출근 시간이 돼버리는 것이다. 낮이 없는 하루는 간결하다. 출근과 퇴근이 하루를 메운다. 일과 일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잠과 식사와 꼼지락 거림 정도만 남아 시간을 삼킨다.

그래서 천문대에 일하는 사람들 사이엔 '낮을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조금 일찍 일어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무엇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워라벨은 고사하고 개인으로서의 삶이 사라진다. 부푼 마음으로 채웠던 다이어리의 계획들이 쉽게 흩어진다. 별을 보는 일을 하면서도 별 볼 일 없는 하루를 살게 되어버린다.

그러니 '낮에 뭐했냐'는 물음은 낮을 잘살아야 하는 직업을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의 충고인 셈이다.

출근 전 문화생활을 하는 직원들에게는 매달 5만 원을 준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피아노를 치거나, 운동을 하거나, 여가생활을 한다면 하면 빠짐없이 준다. 고작 5만 원이지만, 고향에서 집을 나설 때 아버지가 몰래 주시던 용돈처럼 꼬옥 쥐여준다. 낮을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밖으로 나와서 장하다고. 힘껏 응원한다고.

그런데 원래 꼰대라는 게 자신이 겪은 무언가가 정답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심지어 그것을 돈으로 회유하다니. 그런 면에서 나는 맞는 것 같다, 꼰대가.

사회적 지위가 오를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던데, 입은 크게 열고 지갑은 작게 연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작은 지갑은 계속 열 생각이고, 그들이 무언가를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열리는 지갑도 조금 더 커지기를 스스로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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