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돌아왔다.

또 한 살을 먹었다.

by 조승현

봄이 돌아왔다. 계절은 시계침처럼 적당히 한 바퀴를 돌아 나이를 선물했다. 또 1년이 지났다. 또 한 살을 먹었다.

제법 나이를 먹어간다. 청년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낯 뜨거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다른 말을 찾기도 어렵다. 아저씨, 삼촌, 어른. 다 이상하다. 조금 늙은 청년이 적당한 것 같다.
매일 거울을 보며 면도를 한다. 스킨 대신 수분 크림을 바른다. 얼굴을 점검한다. 그럴 때마다 ‘음, 나쁘지는 않은데’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조금씩 나빠지고 있구만’이라고도 생각한다. 얼굴의 세포가 수명에 맞게 수분을 잃어가고 있다. 세포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는 내가 먹었다. 술도 내가 마셨고, 피부에 양보했어야 하는 과일도 입이 다 먹었다.
또각또각 걸어가는 시간 위에 앉아 고민한다. 1년 후에 나는 1년만큼 나이 든 얼굴을 하고 있을까? 수분 크림이 힘을 좀 발휘해 주지 않을까? 어머니의 주름 크림이라도 훔쳐야 하는 것일까? 남자들은 제 얼굴이 별로라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결국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봄은 돌아올 것이다. 계절을 툭툭 치며 시계침을 돌릴 것이다. 적당히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나이를 선물할 것이다. 1년 후 나는, 그간 바른 수분크림보다 더 촉촉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글쓰기 모임 ‘글이나 써볼까?’에서 쓴 글입니다. 이번 미션은 상대방의 글 이어쓰기입니다. 저는 시현님의 첫 문장이자 마지막 문장인 <봄이 돌아왔다>를 이어 썼습니다. 지난 연인과의 추억을 절절하게 담아 쓰셨던 것과 달리,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했던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같은 문장 다른 글, 뭔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글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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