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일에 윤기를 내는 사람

by 조승현

“망원경을 이 방향으로 넣으면 더 차곡차곡 많이 넣을 수 있어. 게다가 보기에도 더 이쁘다니까. 봐봐. 아름답지?”


A가 신이 나서 주면 동료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러게. 진짜 이쁘다. 망원경의 렌즈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토니 스타크의 값비싼 차들이 주차장에 널려있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

20kg쯤 되는 망원경을 옮기다 보면 정렬 따위는 상관이 없어진다. 얼얼해지는 손가락을 주무르며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의 가운데서 이런 철덩이 들을 옮겨야 한다니...’. 그런 와중에도 A는 신이 났다. "이렇게 하면 더 이쁘지? 캬~"하며 웃고 있다. 단순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에도 그는 어쩜 저리 정성스러울까.



10여 년 전 나이키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상사와의 대화가 기억난다.


"승현 씨, 바지를 걸 때는 이쪽을 접어서 거는 게 좋아요"

"왜요~?"

"그러면 로고의 위치가 손님이 볼 때 더 보기 좋거든요"

"아...! 혹시 티셔츠 접는 방법도 따로 있나요?"

"당연하죠. 이리 와보세요!"

그날 상사는 방긋 웃으며 옷 개는 법을 알려줬다. 로고가 전면에 이쁘게 드러나는 아름다운 기술이었다. 팔을 두어 번 휘휘 움직이면 마법처럼 옷이 정리되었다. 공장에서 갓 나온 것처럼 정갈한 모양으로 변했다. 물론 나는 그때도 못했고 지금도 할 줄 모르지만.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빨리,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 자기가 연구한 내용을 신나게 알려주는 사람. 시간만 채우지 않고 영혼을 쏟는 사람. 옷 하나를 개면서도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 그런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진급이 빨라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하찮게 느껴지는 일이라도 그 일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그들의 표정은 자부심으로 빛난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다. 자기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영혼이 있다. TV에서 종종 마주치는 장인들은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

정성스러운 사람들에게서는 좋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주렁주렁 열매가 달린 사과나무 아래처럼, 곁에만 있어도 꽉 찬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뭘 어쩔 거냐고? 글쎄. 그냥 망원경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넣겠다는 이야기다. 무거운 쇳덩이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2218729f7b4bea2a93d448f262abd9ea.jpg


작가의 이전글봄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