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어디예요?"
"카페에서 혼자 놀고 있어"
"집에서 쉰다더니 나갔네요~?"
"응, 오늘도 집에 있기는 실패했어."
주 5일을 꽉꽉 채워 신체와 영혼을 회사에 바치고 나면 뇌가 욕을 하기 시작한다. 주인 놈아, 주말엔 좀 가만히 있으라고. 손도 뇌를 도와 다이어리에 적는다. '잠자코 집에 있기'. 그러나 높은 확률로 집에서 놀기는 실패한다. 점심 먹을 때까지만 해도 잘 버티던 허리가 4시만 되면 베베 꼬인다. 눈도 시큰하다. 우울한 느낌마저 든다. 결국 커피라도 마시겠다며 신발을 꺾어 신는다. 집에 온전히 붙어 있는 시간은 잘 때뿐이다.
이쯤 되니 집값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1년 영혼을 팔아 모은 돈으로 매년 전셋값을 메우건만, 정작 나는 집 밖으로 돈다. 뭘 위해서 돈을 모으고 통장을 비우는 것일까. 영 억울하다.
서울의 전세는 마치 보험료 같아서 한 번 가입하면 내리는 법이 없다. 재계약을 할 때마다 차곡차곡 저금해둔 돈도 몽땅 가져가 버린다. 500원을 더내면 커피는 사이즈업이 된다. 1000원 더내면 짜장면도 곱빼기가 된다. 하지만 전셋값은 이천만 원이 올라도 좋아지는 게 없다. 올라가는 거라곤 계약서에 박힌 슬프고 암울한 금액뿐이다.
오히려 모든 것이 후퇴한다. 집은 1년 더 낡아졌고, 보일러도 1년 더 늙었다. 현관문은 삐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왜인지 위층의 층간소음은 강해진 것 만 같다. 집도 나이를 먹어간다.
하루는 친구가 서울 땅값에 대해 말했다.
"서울 평균 땅값이 평당 2000만 원이 넘는데..."
"그럼 차 한 대 세울 땅도 4000만 원은 있어야 하네?"
"그러게. 서울 주차장이 괜히 비싼 게 아닌가 봐"
"차라리 달에 땅을 살까?"
"웬 달?"
"달의 땅도 살 수 있어. 축구장 만한 크기가 3만 원이면 돼"
"너무 멀리 있는 자기 위로 아니냐"
"좀 그렇지?"
미국인 데니스 호프는 1980년 루나 엠버시(달 대사관;Lunar Embassy)라는 회사를 차렸다. 그리곤 달의 토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우주 천체의 소유권이 국가나 기관이 있지 않다는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개인의 소유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았다.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현재 루나 엠버시는 달의 토지를 1200평당 3만 5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토지를 구매하면 인증서와 땅의 위치가 담긴 지도가 집으로 배송된다.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탄 후엔 수성, 금성, 화성, 명왕성의 토지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심지어 달에 입국(?) 하기 위한 우주 여권도 판매하고 있다. '리얼 외계인임을 인정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창조 경제의 대가는 데니스 호프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실제 미 법원은 그의 달 소유권을 인정했다. 물론 달과 행성이 그의 소유라는 것은 아니다. '내 거야!'라는 주장에 반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루나 엠버시를 통해 달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도 땅을 구매했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도 땅을 가졌고, 우리나라의 아이돌 그룹 마마무와 강다니엘도 달 토지의 소유자임을 밝힌 바 있다. 요즘 말로 인싸땅(?)이다.
나와 친구는 달로 눈을 돌렸다. 100년을 일해도 서울에 땅 1200평을 살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일까. 족발을 한 번 참는 것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어서 일까.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달의 땅을 두고 생각한다. 서울의 전세가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그럼 머나먼 땅을 두고 위로받는 일은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