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밤하늘로 자랑할 일은 딱히 없다. 보통은 천문대에서 본 토성보다 시사회에서 본 박보검을 더 부러워한다. 여름밤에 하는 별 관측보다 여름 바다에서 하는 스노클링이 더 인기다. 아무리 별을 보자고 늘어놔 봤자 "치킨 먹을까?" 한마디면 머릿속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된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명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 도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읽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것". 밤하늘도 이와 비슷하다. 모두가 보고 싶어 하지만 정작 보려면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보기엔 생각보다 많은 결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물 반찬들 사이에 영롱히 빛나는 제육볶음처럼 손이 가는 별보기가 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인기를 끈 대상이다. 누구나 보고 싶어 하고, 꽤 많은 사람이 찾아다니는 주인공이 밤하늘에도 있다, 별똥별이다.
심지어 별똥별은 꽤 강력하다. 박보검을 앞에 두고도 별똥별이 떨어지면 열에 아홉은 별똥별을 바라보고 환호할 것이다. "우와! 별똥별 봤어!". 별똥별에 묻힌 박보검 군도 아쉬워 할리 없다. 별똥별이 그은 빛의 흔적을 보며 함께 환호할 테니까. 물론 그와 그의 머리 위에 그어진 빛줄기의 조합은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일 것이다. 한 박자 늦게 빈 소원은 언제가 이루어질 테고.
"별똥별을 보려면 어떤 천체 용품을 사야 할까요?"
"어느 정도 예산을 생각하세요?"
"30만 원... 정도면 될까요...?"
"29만 원 남겠는데요?"
어느 날 별똥별을 보겠다는 아버님이 나타났다. 그는 '망원경을 사야 할까요?'하고 물었다. 유성우를 대비한 것 같았다. 유성우란 1년에는 대여섯 번쯤 있는 별똥별 잔칫날이다. 별똥별이 비처럼 많이 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유성우; 별똥별 비]이다. '비처럼' 이라기엔 1시간에 10개쯤 떨어지는 정도지만... 어쨌든 별똥별을 높은 확률로 만날 수 있는 귀한 날이다.
하지만 별똥별을 보는데 망원경은 필요가 없다. 제멋대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망원경으로 조준하는 것은 사격왕 진종오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망원경은 하늘의 아주 좁은 영역만을 확대해 보여준다. 전시회에 가서 멋진 그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듯, 별똥별도 적당히 멀리서 바라보아야 한다. 맨눈으로 보는 게 제일 좋다. 별똥별을 볼 때 망원경은 그저 비싸고 무거운 고철 덩어리다.
그래서 제일 필요한 게 뭐냐고요? 바로 돗자리다. 별똥별은 인내다. 시험 성적은 책상 앞에 오래 앉는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헬스를 오래 한다고 꼭 몸짱이 되는 건 아니다. 나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별똥별은 다르다. 오래 본 놈이 많이 본다. 많이 기다린 놈이 빛을 쟁취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개를 들고 있다 보면 머리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목 뒤가 뻐근하고 눈이 시큰해진다. 발바닥도 조금이 아려온다. 무릎도 괜히 시큰하다. 뭐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니다. 고작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바라볼 뿐인데, 몸은 15년 된 자동차처럼 최선을 다해 덜거덕 거린다.
그러니 돗자리를 깔고 누워 눈만 뜨고 있는 게 최고다. 대자로 누워 수다를 떨며 눈만 하늘로 고정하는 게 제일이다. 돗자리의 넓이만큼 기다림은 안락하고 몸은 편안하다. 별똥별은 망원경을 가진 사람보다 넓은 돗자리를 가진 사람에게 더 호의적이다.
요약하자면 적당한 때(유성우 날)와 자세(눕기) 그리고 인내만 있으면 별똥별과 만날 수 있다. 별똥별을 기다린다면 돗자리를 사자. 그리고도 돈이 조금 남는다면 간식을 사면 된다. 상상해보라. 치킨을 뜯으며 별똥별을 기다리는 밤이라. 당신이 별똥별을 보며 빌려고 했던 '행복'은 이미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