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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Feb 12. 2016

#나도 '그'처럼 될 수 있을까?

리더의 배려.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망원경이 하루 종일 '비를 맞았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망원경이 고개를 숙였다.


 참담했다. 천문대에서 가장 비싸고 중요한 장비인 '망원경'이 침수됐다. 지난밤 내리는 비에 급하게 문단속을 한 게 화근이었다. 때아닌 겨울비에 '이게 웬 난리'냐며 퇴근만 재촉했다. 좀처럼 실수하지 않는 동료직원의 '잘 정리했다'는 말을 그저 끄덕이는 고개로 답했다. 그가 그 일을 맡았다고 해서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은 아니다. 좀 더 부지런한 그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을 뿐 책임은 같다. 우리는 함께 일을 저질렀다.


 돔 내부는 참담했다. 망원경 경통은 물론 가대와 컨트롤러도 비에 쫄딱 젖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민감한 장비가 말 그대로 '거지 꼴'이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난방을 위해 깔아 놓은  전기방석도 덩달아 세수를 했다. 씻으면 안 되는 것들만 모아 놓은 곳에 파도가 지났다. 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물론 내 마음에도 거센 비가 내렸다.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가 없다. 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나와 동료는 천문대장님에게 머리를 숙였다. 관측 여건 개선을 위해 고작 한 달 전에 새로 산 망원경을 침수시켰다. 금전적 손해는 알 길이 없다. 어느 것이 잘 작동되고 작동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망원경을 제외한 전자장비(노트북, 모니터, 히터 등등)는 비를 맞지 않았지만 그것들은 망원경의 중요도나 가격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건장한 청년 둘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면목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다. 이런 일로 기죽을 필요 없다.  문제없다.

다만 반복된 실수는 피해야 한다. 너희 자신을 위해서."


 세상 누구보다 가슴 아파해야 할 사람이 우리를 위로했다. 실수를 발견한 이 후 눈이 땅으로만 향했던 우리에게 힘을 내라 말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는, 그렇게 말했을까. 나는 어쩌다 저런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사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사의 기틀을 닦았다. 지금은 한 회사의 오너가 되었다. 어느 필드에나 전설적으로 존재하는 '능력자'가 바로 그다. 그가 우리의 잘못을 용서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 번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너희들은 내가 뽑은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사람이다. 너희들이 하는 모든 일에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너희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너희들의 단점은 너희들의 장점으로 메울 수 있다. 어떤 일을 해도 겁내지 마라. 늘 너희 뒤에 든든히 서있겠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말로만 '리더십'을 말하는 사람과는 다른 사람.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사람. 리더는 자신을 따라오라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따라오게 하는 사람이라 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리더다운 리더 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그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을까? 그들의 책임을 내 책임으로 통감하며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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