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승현 Apr 05. 2017

쌤은 몇 시에 집에 가요~?

쌤! 쌤은 몇 시에 집에 가요


 밤 11시, 수업이 끝나고 천문대를 나서는 아이들은 곧 잘 이렇게 질문하곤 한다. 보통 열 시에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에겐, 밤 11시까지 으랏차차!! 에너지 넘치는 선생님들이 여간 신기한가 보다.


 그러다가도, "쌤은 12시에 집에가!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야!" 하면 으엑?하며 도리어 불쌍한 눈길을 보낸다.  '저 선생님들은... 참 힘든 삶을 사는구나...'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안쓰러움이 천사 같은 아이들의 눈 속에서 나온다.



 그렇게 한번 물은 아이들은 다음에 만날 때부터 태도가 달라진다. 쉬는 시간에 슬쩍 간식을 하나 갖다 놓거나,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들에게 직접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야! 조용히 해! 너 때문에 선생님 더 힘들잖아!".


난 별로 안 힘든데...


 어쨌거나 아이들의 아름다운 호의는 내침 없이 그저 감사히 받는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보기 좋아서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다. 늦은 퇴근을 이리도 신경 써준다니... 그 감사함을 받고 나면, 미안함을 한 아름 안은 한마디가 입가에 맴돈다.


너네들은 등교가 9시지?
  쌤은 출근이 오후 3시야...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이런 일을 할 줄 몰랐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