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자전거타기 !

프라하 자전거 = 엉덩이 사망

by 조승현


“쿠왘쾅쿵쾅캉! 두두둑둥둥둥돡!!”

엉덩이가 부서지고 있다, 그것도 자전거 위에서. 바퀴 아래 도로는 도무지 인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가혹하다. 울퉁불퉁, 자갈과 돌들이 뒤엉켜 자전거 타기엔 정말 최악이다. 회사 부장님과의 술자리 마냥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앉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서기도 뭐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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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프라하! 한 때는 한국인이 뽑은 ‘꼭 가고 싶은 여행지’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그만큼 아름답고 기대감이 넘치는 도시랄까. 중앙을 흐르는 다뉴브강은 프라하에 운치를 더한다. 비교적 작은 도시와, 수려한 강변, 그리고 유럽의 정서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자전거 타기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프라하 시민들은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다. 자전거의 천국 ‘유럽’의 명색과는 명확한 명암 차이가 있다. 한 낮에도, 출퇴근 시간에도 자전거 위의 사람을 보기 어렵다. 이따금 지나가는 빠른 자전거들의 행색은 주민이라기 보단 여행객에 가깝다. 너무 추운 겨울이라 타지 않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했지만, 며칠 후 도착한 오스트리아 ‘빈’의 상황을 보고는 생각했다. ‘아! 날씨 문제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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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본능이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지 않는 이유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프라하에서 자전거는 꽤나 위험한 교통수단 중에 하나다. 일단 자전거도로가 매우 부족하다. 도시 시내는 말할 것도 없고, 강변마저도 사람과 자전거의 길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그저 함께 달린다. 때문에 자전거는 늘 사람과도, 차와도 함께 ‘동행’ 해야 하는 처지다. 여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차와 나란히 달리지만, 자동차와 자전거간의 서열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항상 위험하다. 이때 약자는 무조건 ‘자전거’ 일 수밖에 없다. 체급 차이가 최홍만과 김국진급이니 뭐, 작은놈이 피할 수밖에.



차와의 신경전도 힘든데 신경 써야 할 도로 위의 무법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트램이다. 도로 위의 열차 트램은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교통수단이다. 우리나라의 버스쯤으로 생각하면 좋다. 때문에 대수도 참 많고 라인도 굉장히 다양하다. 도로 위의 열차라, 뭔가 서정적이기도 하고 로맨틱하다는 느낌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도 트램 위에 있을 때 이야기지, 옆에서 함께 달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램의 움푹 파인 철로는 언제나 자전거를 위협한다. 어찌나 바퀴 사이즈와 트램 철로 사이즈가 어찌 그리 딱 맞는지, 자전거 바퀴가 철로 사이에 끼게 되면 급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자전거가 서버 린다. 중심을 잡는 건 둘째 치고,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서버리는 것 만큼 위험한 게 또 없다. 오죽하면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며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트램이던 자동차에 던 분명 치인다!! 정신 차리자!’


이렇게 프라하의 도로에선 자전거와, 차, 그리고 트램(열차)까지 함께 달린다. 화목...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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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라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울퉁불퉁한 도로 때문이다. 도로가 울퉁불퉁해봐야 얼마나 울퉁불퉁하겠냐만은, 돌로 된 타일을 이어 붙여 만든 도로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건 뭐 차라리 비포장 도로가 낫지 싶다. 이런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자면 말 그대로 엉덩이가 부서진다. ‘덩기덕 쿵 더러러러’ 엉덩이와 자전거 안장이 만들어내는 장구 박자는 우리 고유의 박자가 얼마나 리드미컬한지 느끼게 해준다. 안장도 나도 조금씩 멍들어 간다. 박자를 타고 쭈뼛쭈뼛 올라오는 스트레스는 덤이다. 이번에 산 자전거가 샥이 달린 MTB였기에 망정이지 로드나 사이클이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부서지는 엉덩이를 부여잡고도 방긋 웃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간단하다. 행복하기 때문. 성난 도로와는 별개로 얼굴엔 여전히 시원한 바람이 흐른다. 내 다리가 힘차게 구르며 내는 바람이다. 주변은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이고, 낯선 환경이 이 여행을 더 즐겁게 한다. 어딜 가나 프라하 고유의 멋이 녹아있다. 걸음보다 빠른 자전거의 속도가 조금 더 빠르게 아름다움을 훔쳐온다. 크기로만 보자면 자전거로 돌기 딱 알맞은 크기의 도시다. 어디를 가고 싶어도 1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다. 지나는 길 함께 달리는 자동차도, 트램도 모두 낯선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삐걱 대는 자전거가 조금 불쌍하기도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여행이다. 하루도 안된 새 자전거의 체력을 믿는다.



가끔은 조금 불편한 듯, 모자란 듯해나가는 여행을 즐겨보자.

헤쳐 나갈 수 있는 불편함은 훗날을 기대하게 하고,

어려움 속에서 찾은 보석 같은 여행지는 기대보다 큰 설렘을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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