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문제, 사회성 문제, 하지만 센터 유목민

by 다른우주

우주의 asd를 인정하고 소아정신과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 시간이 아까울 만큼 초진 예약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동네 소정과도 마찬가지.

한 달에 하루, 예약일이 정해져 있었는데, 인터넷 예약은 일분컷인 데다 전화 예약은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우주를 등원시키고 대학병원 빅 5에 전화하여 취소 자리를 묻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되었다.

치료를 늦출 수는 없었기에, 라이딩이 가능한 수준에서 센터 치료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우주는 소리에 예민하다.

소리의 변화에 특히 민감해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거나, 소리가 끝나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기저귀를 떼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화장실 변기에서 들리는 크고 작은 물소리 싫어하게 됐으니까.


그리고 또래 친구에 관심이 없어 투명인간 취급을 하거나, 가까이 다가오면 다른 곳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른은 너무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인사하고 상호작용을 시도했다.

놀이 방식도 통제 성향이 강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데, 어른들은 이를 잘 맞춰주었으니까.

사용하는 언어와 관심사도 또래와 공유가 어려웠다.


이러한 감각/사회성 문제는 인지 왜곡과 얽히고설켜 이상한 방식의 루틴을 만들어내곤 했다.

책을 1 회독하면 맘에 드는 장면을 펴놓는데, 책을 덮기라도 하면 반드시 1쪽부터 한 장씩 넘겨야 했다. 원하는 쪽을 바로 펼치면 절대로 안되었다.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고 나면, 눈을 감고 특정 자리에 앉아 물소리가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다른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엄마가 말이라도 했다가는 물을 다시 내리고 처음부터 반복해야 했다.

자동차 놀이를 할 때도 엄마한테 '이 중에서 골라'라고 말은 하지만 반드시 같은 것을 선택해야 했다.

매 순간 아이에게는 특이한 루틴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곤 한다.


지금은 아이에게 이유가 있다는 것과, 그 내면을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깊이 이해하는 면이 있지만, 처음에는 '아이를 고쳐야 한다. 아이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센터를 알아보았다.


우주는 태아부터 보험에 들지 않았다.

관점과 가치관, 그리고 확률의 차이일 뿐,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주변에 우주 또래의 친구들이 다들 실비로 주 5회-6회의 치료를 받을 때, 우주는 주 3회의 치료에도 영유를 보내는 만큼이나 큰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보험이 없었기에 4살에 바로 장애 등록을 시도하여 성공한 면도 있긴 하다.

짧은 시간에 아이의 발달은 매우 빠르게 올라왔고, 본모습은 높은 지능과 모방으로 겹겹이 가려졌기에, 5살인 지금 시도했다면 장애 등록이 어려웠을 듯하다.


센터의 경우 편도 30분 이내 거리는 상담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모두 직접 방문하여 알아보았다.

초진 상담의 경우 보통 검사가 동반되었다. 감각통합치료는 덴버발달선별검사, 언어치료는 프레스검사, 놀이치료는 CIBT 아동상호작용 검사 등이다.

엄마인 내가 설문지를 작성하는 동안, 치료사 선생님들은 아이를 데리고 관찰 및 대화를 이어나갔다.

첫 상담은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많은 책을 보고, 챗GPT를 활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깊이 있는 경험이 누적된 전문가가 아이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엄마인 나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아쉬운 점은 치료가 3번 이상 진행될수록 피드백은 같았고, 치료 시간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40분 수업을 위해 왕복하며 소모되는 시간과 주차난의 스트레스는 아이의 짜증과 겹쳐 엄마인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치료 자체는 분명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미미했다.

같은 치료를 더 길게, 더 자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효과는 클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비용이 너무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센터 치료를 받는 동안 아이를 남에게 맡긴 나는 짧은 휴식 시간을 얻었지만, 마음속에선 알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센터 치료는, 대학병원 취소자리를 얻어 장애 등록을 성공하면서 특수 체육만 빼고 모두 그만두었다.

특체는 또래 서넛이 함께하여 순서 기다리기나 규칙 지키기 연습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와 핑퐁이 필요한 사회성 치료도 5살이 되자마자 시작하여 지금 짝을 찾고 있는 중이다.


가정에서 치료를 하며 정보나 지식을 얻는 것에 어려움은 없다.

전문의들이 쓴 좋은 책들이 워낙 많고, 챗GPT는 또 전문가 못지않은 구체적 조언을 해주니까.

엄마인 내가 항상 즐겁게 아이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재밌기보다는 지겹고 힘든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럼에도 아이의 놀이가 확장될 때, 아이의 말이 자연스러워질 때, 아이의 대처가 점점 너그러워질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새로 생긴 불안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루틴을 없애려고 내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늘 이해받으며 안전함을 느끼던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그 루틴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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