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특교자 선정에 떨어졌지만, 초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여 장애 등록에는 성공했다.
장애 등록 이후 특교자에 다시 지원하면, 거의 대부분 붙는다고 한다.
장애 분류 중에서도 '자폐성 장애'는 지능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지, 등록이 되었다는 결과를 들었을 때,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긴 했다.
계속 혼잣말로 되뇌었다.
잘되었다. 정말 잘되었어. 잘 된 거야..
"멀쩡한 아이를 네가 장애아로 만든다."
이는 우주에게 asd가 있음을 말하자, 그 나이엔 그게 다 정상적인 행동이라며, 친정어머니가 나에게 실제로 한 말이다.
그런데 장애 등록을 시도할 것이라고, 아니 이젠 장애인으로 등록되었다고 말하면, 미쳤다고 난리일 것이 뻔했다.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그러했다. 우리 윗세대에게는 더더욱.
그리하여 우주의 장애 등록은 양가 부모님도 모르는 우리 부부만의 비밀이 되었고, 복지카드는 발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연말정산에도 활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굳이 왜?"라고 물을 수도 있다.
자폐성 장애는 모두 심한 장애이지만, 우주는 구 3급으로 주차증이 나오지 않는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소득제한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히든카드인 것이다.
방송에 나온 이야기, 과거 이야기지만, asd 아이들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사회성이 부족한 우주의 행동과 말투는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래에게 우주는,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아이, 짜증 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그때마다 우주의 상태를 설명하거나 오해를 풀려고 하면, 과연 귀를 열어줄까? 부끄럽게도 과거의 나 또한 "짜증 나. 정당화하네."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아이들의 행동에 사연 없는 경우는 없으니까. 금쪽이에 나오는 많은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장애 등록을 시도하면, 고기능 asd의 경우, 성공률이 낮다.
asd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닌, 어릴 때부터 그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늦게 등록하면, "왜 이제야?"라는 물음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
게다가 adhd에 가려져 다른 진단이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나 남아는 늦게 시도할수록 입대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일 수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나는 인스타와 같은 SNS는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줄 모른다.
카카오톡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화번호로 검색이 되지 않게 가족만 연결한 상태이다.
오픈채팅 참여를 위해서이다.
asd 단체 톡방 두 곳에 들어가 정모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우주의 22년생 친구들은 실비를 유지하기 위해 장애 등록을 늦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주는 보험이 없었기에 빠르게 장애 등록을 시도할 수 있었다.
초진부터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그만큼 병원의 초진 기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엄마가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사소한 것도 다 다르게 보인다.
예로, 친한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있겠지. 가끔 누구 이름 이야기하던데..'라는 생각에 "있어요."라고 답한다면, 이것은 장애 등록에는 불리할 수 있다.
평소 아이의 제한된 관심사, 상동 행동, 감각 예민, 사회성 부족과 관련된 사례들을 꼼꼼하게 기억해 두고, 초진 때 이러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답해야 기록에 남는다.
미디어 노출 여부도 물어보시는데, 우리 집엔 TV가 없다고 했다.
준비된 말들이 장애 등록과 의사의 판단에 유리한 증거가 된다.
필수는 아니지만, 구비서류에는 최근 6개월간의 진료기록지가 필요하다고 되어있다.
우주는 센터 치료 기록이 많지도 않고, 길지도 않았다. 그마저도 장애 등록 후 대부분 종료했지만.
초진부터, 복지과에 전화하여 결과를 듣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초진 1회, 검사 1회, 결과 1회, 이렇게 3번의 진료로 장애 등록이 가능했다.
고기능 asd의 경우, 소정과 의사마다 진단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넓게'보는 의사, '좁게'보는 의사로 나눈다.
아무래도 '넓게'보는 의사의 예약이 좀 더 치열하다.
장애 등록을 하려면 의사가 판단하여 주는 발달장애 평가척도(GAS 점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보기로 유명한 분은 예약이 2030년까지 마감이다.
우주는 다행히 장애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5년 안에 그분을 만날 수 있다.
장애로 등록할 게 아니라면, 사실 아이의 '진단명'이 중요하지는 않다.
자폐는 스펙트럼이기에 아이마다 모습과 행동 양상이 너무나 다양하다. 자폐를 스펙트럼이 아닌, '자폐 별자리'로 보는 관점도 있다.
연장선상이 아닌, 완전히 별개의 모습과 개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상'이라는 말은 그저 서류상 분류일 뿐이다.
자폐성척도로 가장 흔히 쓰이는 CARS 검사 범주로는 정상이지만, 고기능 검사로 더 많이 쓰이는 ADOS 결과로는 자폐로 진단되는 고기능 asd 아이들도 많다.
의사마다 다르고, 검사마다 다르다. 또, 시기마다 다르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부모이다.
결과가 무엇이든, 아이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지원해 주는, 따뜻한 조력자가 되어준다면,
아이는 자기만의 꽃을 피울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