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골콩드)

르네 마그리트

by 별쌤
골콩드,1953년(이미지 출처 pin)


르네 마그리트가 1953년에 그린 그림 <겨울비>에는 중절모에 검은색 레인 코트 차림의 남자들이 마치 빗방울처럼 하늘에서 내려온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고통받는 현대인의 상실감과 일상의 단조로움을 색다르게 포착했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스미스 요원의 무한에 가까운 복제가 이 작품의 영향을 받고 탄생한 장면이라는 설도 있다.


마그리트는 이처럼 익숙한 물체를 일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옮겨서 사람들에게 흥미와 충격을 주는 기법, 데페이즈망(depaysment)을 주로 사용했다.


작품을 감상할 때 캔버스에 그려진 것은 '이미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목이나 이미지 같은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뇌를 개방하라는 의미이다.


골콩드는 14세기 중반부터 17세기말까지 왕국의 수도였던 하이데라비드 근처 인도 텔랑가나 주에 있는 폐허가 된 도시이다. 과거 전설적인 다이아몬드 산업의 중심지로서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그 이름은 여전히 남아있다. 마그리트는 왜 전설로 남은 지역의 이름을 작품의 제목으로 정했을까?


다이아몬드 광산 덕분에 13세기부터 무역의 중심지였던 골콩드는 근대 초기까지 막대한 부의 대명사로 지칭되었다. 즉 골콩드는 엄청난 부의 원천을 상징한다. 그리고 모든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고 모순 가득한 이미지들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얼마만큼 풍요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제목은 마그리트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니라, 그의 친구였던 시인 루이 스퀴트네르가 붙인 이름이다. 당시 사람들도 수수께끼 같은 제목의 의미에 대해 많이 물어보았던 것 같다. 그러자 마그리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제목은 해석을 위한 것이 아니며, 그림은 제목을 풀이하는 삽화가 아니다."


어쨌든, 마그리트는 제목을 지어준 보답으로 작품의 중앙 오른쪽 지붕에 정면을 응시하는 시인 스퀴트네르를 그려주었다.


그림 그리는 철학자


"나는 나의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고 싶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오가며 예술에 빠져 살다 간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즐겨 한 말이다.


대부분의 초현실주의 화가가 주로 무의식에 천착한 데 비해 그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사물을 예기치 않은 공간에 나란히 두거나 크기를 왜곡해 이미지의 반란을 꽤했다. 장난기 가득하고 기발한 상상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관습적인 사고의 일탈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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