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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Oct 27. 2023

무식해서 용감했던 농사의 추억 1.

땅매입, 농사, 매수까지 1년 그리고 대상포진  <매입편>

 대학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안되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예전엔 별생각 없이 그렇구나~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인이나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농사나-라니!' 농사의 'ㄴ'자라 쉽게 보지 말라며 아주 혼구녕을 내주고 싶다.

하지만 꾹-참고  "네~ 한번 해보시지요~"라고 말해줄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해보지 않으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누가 또 알겠나 태어날 때부터 농사에 재능이 있어 누가 가르쳐주거나 알려주지 않아도 처음부터 척척 해지도....)


어릴 적에는 시골 외갓집에서 쌀을 보내주셨기 때문에 엄마는 항상 "힘들게 농사지으신 쌀이니 한알이라도 남기지 말고 먹어라- 물 부어서 싹싹 긁어먹어라-" 말씀하셨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커서 내 아이들에게는 이런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지... 그만 먹고 싶으면 그만 먹어도 된다고 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되니 같은 잔소리를 하는 나를 발견하곤 남기지 않을 만큼 직접 떠먹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쨌든, 농사가 쉽진 않구나... 힘든 거구나...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고흥에 와서 처음 2년을 친정 부모님 댁에 함께 살았. (친정 부모님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타지역에서 사시다가 한달정도 먼저 고흥으로 오셨다.)

어느 날 친정엄마가 얼마되진 않지만, 땅을 사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부모님이 주시는 마지막 금일봉이라고... 그냥 두면 써 버릴 테니 땅이라도 사 두라고 하셨다.

어렵든 어렵지 않든, 그래도 시골에 왔으니 내가 먹을 농작물을 직접 키우고 , 먹고, 도시 가족이나 친구들도 나눠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차인지라 땅을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알아보기로 했다.

 ( 감사해요 엄마 아빠... 어렵고 힘들때마다 항상 뒤에서 든든하게 계시는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예요. 잔소리한다고해서 죄송해요. 부모가되니 그 넓은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네요.)

  

 마침 자주 들어가 보던 주변 부동산 인터넷 사이트 올라온 땅이 괜찮아 보였다.

접 가서 실물도 몇 번 보고, 등기와 토지대장도 확인하고 부동산에 가서 꾹! 도장을 찍었다.

게 고흥 내려온 당해 6월 즈음 땅을 매입하게 되었다.

아직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마는.... 농사를 짓게되면 주변에 조언을 구할 어르신들도 있고 , 마침 면사무소에 근무하고 있으니 정 모르는 것은 이장님들께도 여쭤보고 하면 될 것 같았다.

 

몇년간 농사를 짓지않아 풀이 무성한 우리가 매입한 밭


 우리가 구입한 땅은 400평에 지목은 '전(밭)'으로 가격도 나쁘지 않은 듯하고  집에서 차로 10분, 계획관리지역(허가를 내면 집을 지을 수 있음)으로 위치도 언덕 중간쯤이라 시야가 탁 트여 나중에 집을 지어도 좋겠다 싶었다. (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완전 착각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뒤로는 산이 둘러싸고있고, 앞에는 푸른 논과 맑은 하늘, 멀리 보이는 작은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는 뷰는 정말 그림같이 멋졌다.

 그리고 면사무소에 근무하며 '농업직불제'라는 것도 알고 있으므로 꾸준히 열심히 하면 3년 뒤에는 소농직불금(연 120만 원)도 받을 수 있겠고, 여성 농업인 혜택과 보조 사업들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우리의 메인작물은 마늘이고, 그 외에 깨도 심고, 당근, 쌈채소랑 고추도 심어야지... 마늘은 온라인으로 팔아 부업으로 용돈벌이를 하면 되겠지 싶었다.

 아주 꿈이 컸다. 


나중에 마늘을 심기위해 비닐을 깐 모습



  

 그렇게 살아생전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산, 내 땅이 생겼다. 도시촌놈에게 400평은 정 너무나 넓고 푸르렀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는 마음으로 나의 아니, 우리 가족의 짧고도 굵은 첫 농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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