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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혁 Mar 02. 2018

[절찬 상영중] 로건 럭키 (2017)

하이테크 시대의 로우테크 하이스트 무비 

* 이 리뷰는 지난 2월 28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로건 럭키> 시사회에 다녀온 후 썼습니다. 졸필에게 '브런치 무비 패스'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한 리뷰를 쓰겠습니다. 


사람은 웬만해선 감옥에 갈 정도의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편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세상일지라도, 확실한 불법을 저지르고 '잡히면 교도소에 가지 뭐'라며 배짱을 부릴 사람은 드물다. 대다수 사람들은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한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다. 충동적으로 위법한 행동을 하고 후회하는 사람과 아주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해 법망에 걸리지 않으려 하는 기획자. 하이스트(heist, 강도 혹은 강탈) 무비 장르의 주인공들은 후자에 속한다. 따라서 하이스트 무비의 성패는 주인공들이 세운 강도 계획의 참신함과 정교함에 달려 있다. 그런데 하이스트 무비에 적합한 주인공으로 보기엔 영화 <로건 럭키> 등장인물들의 첫인상은 특별하되 별로 미덥지 않다.   

다리를 절룩거린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난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은 한쪽 팔(정확히는 한쪽 손)을 잃고 바텐더로 연명하는 동생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과 함께 한탕을 계획한다. 바로 F1(포뮬러 1), 카트(CART)와 더불어 세계 3대 자동차 경주대회로 꼽히는 미국의 개조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 경기장의 지하 금고를 터는 것. 생계형 범죄의 규모가 굉장히 커진 셈이다. 판이 큰만큼 자동차의 달인이자 속도광인 여동생 '멜리(라일리 코프)'도 합류하고, 수감 중인 폭파 전문가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과 어리숙해 보이는 조 뱅의 형제들까지 뛰어든다. 로건 가문과 뱅 가문이 뭉친 것. 
범죄 계획의 참신함과 정교함 못지않게 하이스트 무비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전설의 컨트리송 가수,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에 등장하는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으로 설정된 주인공들은 그 지역의 특이한 악센트로 읊조리듯 대화를 주고받는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준비 과정 속에서 간간이 터지는 유머는 극의 이완 장치이자 윤활유로 작용한다.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 변신과 조화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하다. 단 한 명도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첫인상과 달리 이들은 태연하게 필요한 일을 하나씩 실행한다. 블루리지 산맥과 셰넌도어 강의 유려한 곡선처럼, 존 덴버가 부른 컨트리송의 부드러운 멜로디처럼.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 거대한 한탕에서 사용되는 도구와 방식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사실이다. 금고에 갖다 대면 '삐리리릭'하는 소리를 내며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최첨단 장비는커녕 원시적 형태의 디지털 기기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팀의 리더 격인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의 휴대폰은 요금 장기 미납으로 정지된 상태다. 요즘 같은 하이테크 시대에 <로건 럭키>는 철저한 로우테크로 승부하는 하이스트 무비다. 이들이 한탕 치는 방식은 과거의 유물로 여겨지기 일쑤인 컨트리송을 닮아서 낡은 듯 하지만 아직 강력하다. 발랄한 듯하면서도 왠지 처연하다. 한탕이 끝난 후 이들은 과연 '거의 천국'과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존 덴버가 부릅니다, 'Take Me Home, Country Roads' 

"Almost heaven, West Virginia..." 테크 하이스트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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