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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혁 Jun 08. 2018

[절찬 상영중]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극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가화만사성(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은 많은 가정이 가훈으로 삼고 있는 격언이다. 대개 격언은 뜻이 좋은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오랜 기간 생명력을 유지하며 전해진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족을 꾸리지만,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불행은 너무나 자주 가족의 불편한 이웃이 된다. '가화만사성'이라는 경구는 현실과 부조화하며 이물감을 선사한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가족은 깨진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속 줄리앙의 부모는 갈라섰다. 줄리앙의 아버지 앙투안은 줄리앙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아내 미리암과 연락하고, 만나려고 노력하지만 재결합은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모두의 고통만 커져갈 뿐이다. 이 영화가 결말까지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은 예측하기 힘든 앙트완의 행동과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던져진 줄리앙의 반응에서 나온다.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앙투안의 집착이 심해져 갈수록 줄리앙이 느끼는 불안감도 그늘을 짙게 드리운다. 힘겨워하는 아이의 입에서 "뒈져라" 말고 또 어떤 모진 말이 나올지 조마조마해하며 지켜보게 된다. 줄리앙의 거친 숨소리와 말소리는 관객의 심리를 동요하게 하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핵심적인 기호다. 

이 영화가 '가정폭력 방지 공익 캠페인'을 넘어서기 위해 선택한 결정적 수단은 바로 결말이다. 일반적 기승전결의 서사를 일부러 배척한 듯한 결말은 급히 소환된 희망을 흩뿌리는 것이 삶의 진실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될 것이다. 비극은 경적을 울리지 않고 언제든 우리를 들이받을 수 있다. 우리는 다만 누군가의 울음이 잦아들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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